상대적 박탈감에 무력감 느껴
취업준비생 64% 우울증 경험
2년째 공기업 취업 준비 중인 허진씨(28)는 우울증 증상으로 밤만 되면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지새우기 일쑤다. 최근 잇달아 드러나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소식을 접하면서 증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허씨는 “극심한 우울함에 정신과 상담을 받아볼까도 했지만, 진료 기록이 채용과정에서 불이익이 있다는 괴담에 쉽게 병원을 못가겠다”고 전했다.
금융권 취업준비생인 최하은씨(26ㆍ여)는 1년 전부터 취업을 준비하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에 수십 번 원서를 넣었지만 돌아온 건 수십 개의 불합격 문자였다. 최씨는 “채용비리 뉴스를 볼 때마다 박탈감과 허탈감에 무기력해졌다”며 “내가 실력이 부족한 건지 채용비리로 탈락한 건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든다”고 털어놨다.
최악의 고용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공기관과 금융권에 잇따른 채용비리 소식에 취업준비생들이 평소보다 더욱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12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준생 3명 중 1명(39.5%)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7명 중 1명(15.3%)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취업난에 취준생 10명 중 6명이 ‘취업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425명을 대상으로 취업 우울증을 조사한 결과 64.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취업 우울증은 채용비리와 맞물리면서 더 심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줄줄이 밝혀진 금융권 채용 비리는 수많은 취준생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나타난 최악의 고용 한파와 채용 비리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타나면서 취준생들은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다.
강용 한국심리상담센터 대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여러 번 취업에 실패하면서 경제적인 압박감과 자괴감에 대한 무기력이 커져 자존감 저하와 자신감 상실이 스트레스로 이어져 우울증이 오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요즘 뉴스만 틀면 나오는 채용비리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에 우울증이 더 크고 빠르게 겪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며 “친구나 가족 그들이 어려우면 상담사들에게라도 속 시원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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