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와 현 정권 초기에 적폐 청산대상 1호였던 검찰이 현 권력을 돕는 적폐청산의 주역이 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검찰에 대한 정권의 의존도는 높아질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상징적으로 모양만 갖춘 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요즘 검찰은 가히 무소불위다. 얼마 전 국정감사장에 윤석열 서울 중앙지검장의 앉은 자세가 모든 것을 보여준다. 국회의원의 질의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그런 식으로 삐딱하게 앉은 피감자는 역대에 없었다. 이 모습이 현 검찰의 위상이다.
검찰의 칼춤에 이미 지친 국민이 많다. 올 상반기에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이 하루 평균 650개로 지난해보다 20% 늘었다.
개인의 인권보장은 정의의 칼날 앞에 구호로 끝나고 있다.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이 다반사이고 별건 수사는 기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공저에 검찰 개혁만이 시대의 요청이고 국민의 열망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의 해법이 다 담겨있다.
공수처는 야당의 반대로 안 되고 있고 검경수사권 조정도 서로 줄다리기라는 이유로 지지부진이다.
역대 검찰은 항상 정권 초기에는 든든한 동반자였으나 중반기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칼끝을 대통령과 측근에게 겨냥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 역시 노무현 정권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검찰의 속성이나 비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을 개혁하지 않는 이유는 정권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 인사를 검찰에 맡기거나 객관적 제3의 기관에 맡기는 것은 정권 안위와 관계되니 도저히 할 수 없고 수사권 독립도 경찰에게 체면을 세워주는 정도로 타협할 것이다.
대통령에게 또 한 자루의 칼을 주게 된다며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야당에게 처장 임명권을 양보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러니 검찰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한 검찰 개혁을 바란다면 자신의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말한 대로 실천하면 된다. 대통령은 그 책에서 “검찰은 이미 정치화돼 사실상 정치를 하고 있다. ··· 검찰이 지키고자 한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대다수 국민은 먹고 살기 바빠 검·경수사권 조정이니 공수처 설치에 별 관심이 없다. 그 와중에 검찰은 법원을 비롯해 정치·경제 전반에 걸쳐 칼을 휘두르고 있다.
경총, 소상공인연합회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단체에도 예외가 없다. 그러니 ‘검찰 공화국’이니 ‘압수수색 공화국’이니 하는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정권에서는 꼭 검찰을 개혁하리라 기대했는데 그 희망은 기대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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