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Q&A] 재혼한 남편과 아이들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애정·유대감 형성에 오랜 시간 필요… 소통의 자리 마련 등 상호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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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자녀 둘을 데리고 자녀가 없는 지금의 남편과 재혼을 하였어요. 재혼 전에는 아이들도 지금의 남편과 원만하게 잘 지냈으나 막상 가족이 되고 나니 생각만큼 문제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종종 남편은 본인만 가족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서운해합니다. 식사시간에 아무도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물어봐 주지 않는다는 등 아주 사소한 이유로 말이죠. 아이들 또한 “새 아빠는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 친아빠는 안 그랬는데….”라며 친아빠와 새 아버지를 비교하면서 불만을 표시하더군요. 그 사이에서 저는 아이들 편을 들 수도, 남편의 편을 들 수도 없어 곤란하기만 하고, 부부간에도 왠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새로운 가정에 대한 기대로 어렵게 결정한 재혼인데, 모두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 속상하기만 해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재혼은 이혼이나 사별로 이전의 혼인 관계가 해체된 후에 또 다른 혼인 관계를 맺는 것으로, 재혼에 의해 새롭게 형성되는 가족을 재혼 가족이라고 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ㆍ이혼 통계를 보면, 2016년 결혼한 부부 약 6만 쌍 중 21.5%가 재혼 부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보다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재혼 부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혼 가족이 직면하는 문제와 도전은 초혼 가족과는 다르며,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재혼 가족은 배우자나 부모의 죽음 또는 별거와 같은 중요한 상실 경험이 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경험과 전통, 가치, 기대를 한 사람들이 갑자기 한 가족으로 모인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재혼에 대한 환상이나 고정관념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이상과 다른 현실에 직면하게 되면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이런 경험들은 재혼 가족의 적응에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때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며 새로운 가족생활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첫째, 대개 재혼을 하면 가족으로서의 애정과 유대를 즉시 형성할 것이라는 환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재혼과 동시에 서로 친밀감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재혼 가족의 구성원들은 부부의 결혼 전에는 교류가 적기 때문에 아직 친밀하지 않고, 서로 공유한 경험이나 서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합니다. 따라서 재혼 후 곧바로 가족으로서의 애정과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 싹트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며, 가족 구성원 나름대로 각자의 속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마다 속도로 애정과 유대감이 형성될 때까지 서로 기다려 주는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합니다.

 

둘째, 재혼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가족체계에 즉시 적응하리라 생각합니다. 부부관계, 자녀와의 관계, 원 가족과의 관계 등 풀어나가야 할 다양한 고민거리가 있음에도 최대한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쉽습니다. 그러나 재혼과 동시에 가족구성원들이 새로운 가족체계에 즉시 적응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부모의 이혼이나 사별과 재혼의 과정을 경험한 자녀가 새로운 가족환경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가족관계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조급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새 부모가 우리 가정의 구원자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재혼한 새 부모가 친부모보다 더 좋은 부모가 되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새 부모가 반드시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초혼 가정과 마찬가지로 재혼가정의 행복 또한 새로운 가족 구성원 간의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 해야 합니다.

 

넷째, 흔히들 재혼 가족도 초혼 가족과 같으리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초혼 가족은 부부가 먼저 가정을 이루고 그 후에 자녀가 생기지만 재혼 가족은 이미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부부관계가 맺어지는 것이므로 관계나 적응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재혼 가족이 지닌 가족관계의 복합성과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족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가 꼭 필요합니다. 그동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재혼 가족의 부모와 자녀는 서로 다른 가치관과 태도, 생활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는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모습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새 부모는 새 자녀의 개성과 생활태도를 존중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무조건 꾸짖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수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친부모는 친자녀에게 새 부모가 보여주는 양육과 교육 방식을 존중하도록 지도하고, 서로 다른 생활방식을 이해하도록 가르칩니다. 배우자 간에도 서로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고 각자의 양육방식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며 서둘지 말고 조금씩 조율해 나갈 때 점차 새로운 가족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다섯째로 새로운 가족 간의 친밀감과 소속감을 강화 해나가야 합니다. 개방적인 대화로 서로 소통할 기회를 자주 마련한다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친밀감과 소속감을 높이는 데에 가족회의나 가족화목 활동이 도움됩니다. 공동의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연대의식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가족회의는 가족 내의 규칙을 정하거나 생활계획을 세우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또한 가족회의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배우자와 자녀, 형제·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간단한 놀이나 야외활동 등의 가족 화목활동을 통해서도 서로 유대감을 높이고 사랑을 다져볼 수 있습니다.

정효경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상담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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