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과정에서 다른 집단과 이익 관련된 갈등이 시작되었다. 타 집단에 대한 약탈과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타 집단과의 갈등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더 큰 집단이 필요했고 이해관계에 따른 집단들이 모여 국가를 형성했다. 국가가 만들어지니 국가를 총괄하는 리더가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집단의 리더 중 왕이 옹립되었다. 지역봉건주의 중심에서 왕권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왕이 옹립된 것이니 왕은 국가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했다.
만약 집단의 이익을 거스르거나 안전을 이루지 못하면 왕이라도 폐위되고 새로운 왕이 옹립되었다. 귀족과 왕에게 주어진 권한과 힘은 사실 이런 역사를 볼 때 자신들이 가져서 시작된 것이 아닌 일반 집단 구성원들 즉 평민들을 위해 주어진 것이다. 일반 평민들의 요구에 잘 부합한 귀족은 영웅으로 칭송되었고 국가의 이익과 안정을 위해 노력한 왕은 위대한 왕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타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귀족과 왕들은 평민들보다는 자신의 이익과 권리에 더 집중했다. 이에 항의하는 대상에는 자신의 권한으로 탄압했고 많은 이들에게 상처와 좌절감을 주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자 지배계급에 대한 분노가 팽배해졌고 결국 평민들은 자신들의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프랑스의 시민혁명, 공산주의의 등장, 민주주의 개념은 사실 이런 분노에 기반하여 발생한 현상이다. 결국 신분제가 사라진 것은 권력자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했고 이에 좌절감과 무기력감, 결국 분노를 느낀 평민들에 의해 사라진 것이다. 인간의 불안은 여전했기에 리더는 필요했고 과거와 달리 일반 국민이 투표를 통해 선출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권력에 대한 견제는 필요했기에 선출된 사람에게 주어진 권리는 한시적으로 제한했고 재평가를 통해 국민이 주거나 빼앗는 쪽으로 시스템이 바뀌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두 개의 권력구조가 존재하게 되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다. 정치권력은 선출직 정치인들이며 경제권력은 자본을 많이 가진 집단들 대개는 대기업들이다. 물론 본인들이 노력하여 이룬 산물인 점도 일부 있지만 본질적으로 두 개의 권력은 일반 국민에 의해 부여된 것이다. 역사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듯이 권력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나눠줘야 하는 것이다. 그 대상은 자신의 심복이나 가족을 넘어서 일반 국민이 주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의해 받은 것이 배려나 사랑이 아닌 상처라면, 이 상처가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국민에게 반복적으로 준다면 이는 분노의 감정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 분노가 만약 국민의 기본적 정서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면 이는 큰 역사의 회오리를 야기할 것이다. 필자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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