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7. 파주 문산자유시장

DMZ 안보관광 특화시장… 볼거리 살거리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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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 찾은 문산자유시장은 바깥의 찬 공기와 달리 수많은 사람의 온기로 가득 찼다. 입구에 들어서자 보이는 벽화는 조선시대부터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까지 문산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었다. 높은 아케이드는 답답하지 않게 개방감을 줬고 그 밑에 걸려 있는 조명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모양으로 작은 소품 하나까지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1964년 1월 재래시장으로 인정받아 54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파주 문산자유시장(파주시 문산읍 문향로 57)은 경의선 종점인 문산역에서 약 500m, 도보 8분 거리 문산읍 중심에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임진각, 제3 땅굴, 통일전망대 등을 연계한 ‘DMZ 안보관광 특화시장’이라는 특색을 가진 문산자유시장은 총 1만 4천199㎡(약 4천300평) 면적에 식료품, 농축수산물, 생필품, 의류, 잡화 등 103개의 다양한 점포들이 있다. 
문산자유시장은 주변에 하나, 둘 등장하며 현재 총 9개에 달하는 대형유통업체의 등장으로 상권의 위기를 맞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추고자 시장은 공영주차장, 고객쉼터 설치 등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며 부단한 노력으로 ‘편리한 시장’을 만들어 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 육성시장으로 선정돼 3년 동안 18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 바닥 개선과 벽화 사업, 조명 설치 등 환경 개선 조성이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대형마트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판문점, 문산역을 배경으로 한 독특한 포토존과 무료 가상현실(VR) 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판문점 포토존
판문점 포토존
가장 대표적인 이벤트는 바로 ‘DMZ 안보관광’이다. 문산자유시장은 분단국가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장점을 살려 지난 2015년 4월부터 시장에서 1만 원 이상 소비한 고객에 한해 3시간에 걸쳐 ‘DMZ 안보관광 코스(제3땅굴-도라전망대-도라산역-통일천)’ 무료 관광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총 3만 4천여 명의 관광객이 시장을 찾는 쾌거를 이뤘다. DMZ 안보관광은 1일 2회(낮 12시30분, 오후 1시30분), 회당 40명 한정으로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전통시장은 서비스가 부족하다’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문산자유시장은 지난 2016년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상인대학을 개최해 왔다. 서비스정신을 배우고자 하는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현재 103개 점포 중 60명이 신청해 100% 졸업한 상태이며 이 같은 노력으로 2016년 대구에서 열린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최우수 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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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하 문산자유시장 상인회장

“남북평화시대, 세계인의 명소 소망”

“남북평화시대에 힘입어 전 세계사람들이 즐기는 전통시장이 되길 바랍니다”

 

올해로 마지막 임기를 맞이하는 김진하 문산자유시장 상인회장(62)은 첫 임기 2년과 연임한 2년까지 상인회장으로 있었던 4년을 “인생에 있어서 가장 열정적이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21년째 아내와 함께 뜨개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 회장은 시장의 호황과 침체를 모두 겪은 터줏대감이다. 긴 세월 동안 쌓은 경험치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문산자유시장에 봉사하기 위해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시장이 대형유통업체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해 자생력을 길러낼 색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형마트와 견줄 수 있는 고객 편의와 서비스는 물론이고 즐길거리를 만들어 시장도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산시장은 작년 총 124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과 고객쉼터, 물품보관함 등 시장 내 많은 편의 시설을 설치하며 고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힘썼다. 김 회장은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발로 뛰어다니며 100%의 손님이 만족할 때까지 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산에서 태어나 평생 파주시를 벗어난 적 없는 김 회장은 누구보다 파주시와 시장의 역사와 특징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각 장점만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켜 활발한 시장을 만드는 데 크게 공헌했다. 그는 “현재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앞으로 이 긍정적인 분위기가 더욱 커지게 된다면 문산자유시장은 세계적인 전통시장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장의 특산품인 ‘문산애(愛) 과자 선물세트’가 바로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파주 특산품인 장단콩과 개성인삼을 재료로 만든 제품으로 민통선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장단콩가루를 사용해서 만든 ‘장단콩 구운한과’ 2개와 100% 국산 인삼가루로 만들어진 ‘인삼건빵’ 1개가 세트로 이뤄졌다.

 

김 회장은 상인들의 태도와 서비스 정신 또한 시장의 흥망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는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다 보니 많은 상인이 상인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재작년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최우수 시장 상품으로 받은 빔프로젝트와 노트북은 상인 교육장에서 추가 교육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김해령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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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떡볶이
42년째 문산자유시장에서 분식을 파는 수원떡볶이의 홍금자 사장(63)은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를 이어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문산자유시장의 살아있는 역사인 이곳은 단골손님 또한 대를 이어 찾아 할아버지와 손주가 함께 오기도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40년째 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는 수원떡볶이의 대표 메뉴는 역시 떡볶이(2천 원)와 순대(3천 원)다. 직접 개발한 떡볶이 매콤한 소스는 프랜차이즈에서 따라할 수 없는 맛을 자랑한다.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임에도 많은 사람이 시장 구석인 이곳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 ‘떡볶이 소스’에 있다. 홍 사장은 “소스의 비결은 집안의 비밀(?)”이라며 “맛은 물론이고 신선한 재료와 청결함은 수많은 단골손님과의 약속”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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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솜칼국수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 시장을 찾은 사람들을 따뜻함으로 유혹하는 다솜칼국수는 손님들뿐만 아니라 상인들 사이에서도 맛집으로 불린다. 다솜칼국수의 대표 메뉴인 바지락칼국수(5천 원)는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재료와 수년간 노하우로 끓여낸 시원한 국물과 직접 반죽한 쫄깃한 면을 맛볼 수 있다.

 

지난여름 처음 선보인 파주의 특산물 장단콩으로 만든 콩국수(6천 원)는 제법 추워진 날씨가 왔음에도 많은 이들이 찾는 별미 메뉴이기도 하다. 서울 면목동과 부천시 등 다양한 지역의 단골손님도 많다. 남순옥 사장(65)은 “단순히 5천 원짜리 칼국수가 아닌 정성스런 음식을 손님 한 분 한 분께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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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수산
생선조림, 탕 전문 식당인 바다수산의 대표 메뉴는 ‘생대구지리탕(2만 5천 원)’과 ‘갈치조림(1만 5천 원)’이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매력적인 생대구지리탕은 술안주에도 좋고 해장에도 안성맞춤이다.

 

손님들의 요청으로 시작한 갈치조림은 김성덕 사장(40)의 고집으로 크고, 두툼한 갈치만을 고집해 폭발적인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매콤한 양념의 중독성 있는 맛으로 문산자유시장의 ‘밥도둑’으로 불리고 있다.

 

김 사장은 “항상 공부를 하며 메뉴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항상 좋은 재료를 쓰기 때문에 좋은 맛도 오는 것 같다”고 자랑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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