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양산 골프장의 교훈이 헛되지 않아야

롯데그룹이 추진하던 인천 계양산 골프장 조성사업이 대법원 판결로 최종 무산됐다. 그동안 인천 도시계획 행정의 상징적인 특징을 띠며 그 정당성 논란에 대한 5년여의 법정소송이 대법원의 판결로 최종 일단락된 것이다. 계양산을 지키기 위한 많은 시민의 노력 성과라고 단순히 치하하고 기뻐하기에는 여러모로 아쉽고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

계양산 골프장 조성계획은 국내 거대 재벌인 롯데그룹이 1974년 계양산 일대 257만㎡의 땅을 매입한 후 1989년부터 골프장 건설을 추진했다. 개발시대의 논리와 소득 증대에 따른 여가 및 체육시설의 수요 충족이라는 핑계로 끈질긴 노력을 기울였다. 마침내 민선 안상수 시장이 시정부를 장악했던 2009년에 체육시설로 대중골프장을 건설하는 인천시 도시관리계획이 통과해 사업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이러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은 인천녹색연합 등 지역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의 반발을 가져왔고, 계양산에서 천막농성과 나무 위 고공 시위, 삼보일배 시위 등 개발반대 활동을 벌이게 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송영길 시정부는 2012년에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면서 체육시설을 폐지하는 도시관리계획을 통과시켰다. 이에 불복한 롯데그룹이 체육시설폐지 결정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루한 5년여의 재판 끝에 대법원은 ‘폐지 결정이 위법할 정도로 정당성과 객관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고, 골프장을 건설했을 때의 사익보다는 폐지하면서 얻게 되는 공익이 더 크다’라는 1심과 2심 판결에 대한 롯데측 상고를 기각했다.

기본적으로 절차의 정당성과 공익우선에 의한 판결로써 당연한 인천시의 승리로 볼 수 있으나 그 내면에는 도시계획의 결정에 대한 세심한 민주성과 공공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정부 수장의 변경에 따른 가치 선택의 문제로 도시계획을 접근한 비합리적 행정 과정은 놓쳐서는 안 되는 교훈이다.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즉흥적으로 결정된 후 이를 감당하면서 지출하는 행정낭비와 시민의 노고는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도시계획은 20년 이상을 내다보고 도시의 미래비전을 구상하면서 시민의지를 수렴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행정이다. 정치적인 요소와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라는 것이 우선적인 가치이며 먼 안목을 가진 신중한 선택을 다음으로 해야 한다. 2009년 당시 도시계획을 결정한 후 불과 3년 뒤 2012년에 같은 회의실에서 결정을 번복한 인천시의 행정은 어떻게 합리화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경험을 단지 시대적 환경과 여건의 변화로 치부하기에는 그 비용과 대가가 너무나도 크다. 지금도 인천 각지에서 도시재생을 비롯한 다양한 개발 사업이 무원칙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재점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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