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시장 역사와 함께… 상인들 ‘정성·열정’ 가득
입구에 들어서자 간단한 주전부리부터 반찬과 건강식품 그리고 옷과 신발까지 저마다 열심히 닦고 가꾼 티가 나는 각양각색의 가게들이 수많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시장을 처음 찾은 손님들도 단골처럼 응대하는 원당시장 상인들 특유의 붙임성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줬다.
35년 역사를 간직한 원당시장(고양시 덕양구 호국로 790번길 17)은 66개 점포 중 대부분이 원당시장이 생기면서부터 문을 연 가게들이다. 처음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가게들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원당시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상인들이 ‘내 가게는 내 인생’이라는 생각을 가슴 속 깊이 새기며 절절하게 살려낸 가게들이다. 고기 한 근, 생선 한 마리, 도넛 하나에까지 인생과 열정이 담겨 있다.
원당시장은 활기를 더하고자 매달 자체적인 행사를 진행한다. 초대가수들의 무대와 푸짐한 경품 추첨을 통해 시장을 찾는 손님들과 상인들에게 원당시장다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최상의 편의를 제공하자’는 것이 원당시장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자 신념이다. 원당시장은 고객들에게 편리함을 더하기 위해 고양시 3개 전통시장(원당, 능곡, 일산시장) 중 유일하게 대형마트처럼 구매한 물건을 집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배달 서비스’를 작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장점과 대형마트의 편리성을 결합한 차별화 서비스로 주차장이 없는 원당시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하기 시작했다. 값싸고 신선한 전통시장 음식재료를 여러 가게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른 뒤, 산 물건을 가게에 맡겨두면 배달해주는 식이다.
단골손님 중에는 품질을 믿고 전화 배달을 시키는 고객도 있다. 이와 함께 원당시장은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이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영업으로 신뢰감을 주는 데 힘써온 결과 지난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원산지 표시 우수 전통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해령기자
“고객 편의시설 확충… 꼭 오고 싶은 시장 만들 것”
양철용 원당시장 상인회장(64)은 지난 2016년 7월 취임한 이후부터 머릿속에 시장에 대한 생각뿐이다. 정해진 쉬는 날도 없고 상인회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는 일도 이제는 익숙하다. 이곳에서 9년째 건강원을 운영하고 있는 양 회장은 고향인 부산 해운대에서 2002년 제4대 구의원으로 당선된 후 부의장으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임기와 함께 정치인생도 마감한 그는 2009년, 생소한 고양시 원당에 자리를 잡고 제2의 인생을 원당시장을 위해 살기 시작했다. 양 회장은 “사람들이 계속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시장을 만들고 싶다”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거 정치인 시절 경험하고 배웠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고객과의 신뢰는 곧 고객과의 소통으로 이어지고, 신뢰와 소통의 조화는 시장의 성공을 부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상인 교육은 소비자에 대한 친절, 원산지 표기 등에 대해 백화점보다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시장을 벤치마킹하고 실패한 시장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의 크고 작은 전통시장 400개를 돌아보기도 했다. 양 회장은 “많은 사람이 찾는 시장은 재래시장임에도 고객 편리시설이 훌륭하다”며 “현재 원당시장이 화장실과 주차장이 없는 점이 손님 유치에 큰 단점이라 판단해 남은 임기 내 고객 시설 확충 등 현대화 사업을 통해 쾌적한 시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양 회장은 취임 후 매달 원당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 직접 진행까지 하며 자체적인 행사를 열고 있다. 그는 “행사가 손님들에게 꽤 반응이 좋아 작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그리고 고양시의 후원을 받아 ‘제1회 원당시장 가을축제’를 개최했다”며 “오는 6일 열리는 2회 행사는 조금 더 크게 개최해 더 많은 참가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해령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원당시장과 함께 문을 열면서 35년째 같은 자리에 있는 원당식품은 시장에서 ‘큰 마님’이라고 불리고 있다. 각종 전을 판매하고 있는 원당식품의 시그니쳐 메뉴는 녹두빈대떡(4천 원)이다. 원당시장 단골이라면 모두 먹어봤고,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없을 만큼 명물이다.
35년 노하우를 통해 따로 저울을 재지 않아도 일정한 크기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조용순 사장(60)은 “전이라고 다 같은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며 “재료의 신선도와 알맞은 불 온도, 기름의 양 등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을 둘러보면 사람들 손에 하나같이 커다란 빵이 들려 있다. 장을 보던 손님들의 심심한 입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바로 ‘스마일찹쌀꽈배기(3개 2천 원)’. 스마일찹쌀꽈배기의 안병채 사장(56)은 원당시장에서 10년째 매일 30㎏가량을 반죽해 1천여 개의 꽈배기를 판매하고 있다.
준비한 꽈배기가 다 팔리면 문을 닫는 이곳은 해가 떠있을 때 문을 닫는 날도 있다. 안 사장은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맛을 가졌다”며 “많은 단골손님 중 약 30㎞ 떨어진 파주 문산에서도 꽈배기를 먹으러 시장을 찾기도 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많은 단골을 보유하고 있는 와우치킨의 대표 메뉴 닭강정(6천 원)은 황선임 사장(57)의 꾸준하고 한결같은 정성으로 만들어졌다. 황 사장은 매일 아침 7시에 가게로 나와 3시간이 넘도록 닭을 손질한다. 또 생닭만을 고집하며 매일 새 기름으로 튀겨 특유의 바삭함과 깔끔한 맛을 낸다.
원당시장에서 가게를 연 후 8년째 같은 가격, 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다. 황 사장은 “손님들에게 다양한 맛을 선사하기 위해 매일 같이 메뉴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언제나 ‘먹는 것 가지고 장난 안 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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