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인도 회동-9월 방북 동행
文-李 회동하면 檢 압수수색
‘지나치게 딱딱 들어 맞는다’
회동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노이다 공장에서 9일 만났다. 분위기가 좋았고 일자리 얘기도 오갔다. 그런데 다음 날-더 정확히는 열서너 시간 후- 이런 속보가 떴다. ‘檢,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집무실 압수수색’. 혐의는 노조와해 기도다. 이미 해오던 수사였다. 책임자 상무는 이미 구속돼 있었다. 그런데 하필 압수수색 시점이 ‘문 대통령-이 부회장 회동’ 바로 다음 날이다. 정경유착 논란이 쑥 들어갔다. 노동계ㆍ시민사회가 잠잠해졌다.
그러더니 또 이런다. 9월 16일 청와대가 방북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 중에 52명의 특별 수행단이 있다. 최태원, 구광모, 현정은 등 재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삼성 이 부회장도 명단에 들어갔다. 친여 성향 쪽에서 또 비난이 나왔다.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통령과 피고인이) 밀착되어서는 엄정한 사법적 판단이 안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청와대가 또 해명했다. 이번에는 임종석 실장이 직접 나섰다. “재판은 재판, 일은 일이다.”
하루 뒤, 눈에 익은 기사가 떴다. ‘檢, 삼성 에버랜드 전격 압수수색.’ ‘노조와해 기도’라는 혐의가 7월과 같다. 9월 10일에 접수된 사건이다. 고소인은 삼성 협력사 노조, 피고소인은 삼성 계열사였다. 그중에 에버랜드를 검찰이 치고 들어간 것이다. 역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동행 방북’을 하루 앞두고다. “재판은 재판, 일은 일”이라던 임 실장의 해명이 마치 예언처럼 들어맞았다. 웅성거리던 ‘친문’여론은 다시 한 번 조용해졌다.
우연일까. 이쯤 되면 법칙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이 부회장이 대통령 만나면 삼성엔 압수수색 들어간다!’
압수수색은 수사 중 강력한 단계다. 본격 수사로 향하는 상징적 행위다. 제3자에 비치는 모습도 그렇다. 상대가 세계적 기업이라면 더하다. 삼성 압수수색 장면을 보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삼성을 계속 밀어붙이는구나’. 이런 해석도 있었다. ‘삼성을 바꾸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구나’. 여론 흐름을 잘 알고 있을 검찰이다. 그런 검찰이 ‘대통령 회동’ 얘기만 나오면 치고 들어갔다. 이걸 우연이라고 봐야 하나.
‘공안감(公安感)’이라는 말이 있다. 검찰 출입기자 시절 들었다. 대충 풀면 이렇다. ‘정치가 가려는 방향을 읽는 감각’. 특히 대형 사건을 처리할 때 얘기됐다. 그 공안감을 이번 일에 대입해보자. -삼성의 경제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일자리ㆍ경협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통령이 삼성 부회장을 만났다. 그런데 그때마다 검찰이 삼성을 치고 들어갔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혹시 이러지 않을까. ‘공안감이라곤 없는 검사다’.
그런데 이 공안감을 한 번 더 뒤집어 보자.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는 건 업무다. 요즘 같은 경제위기 땐 더 절실하다. 그런데 걸리는 게 있다. 노동계ㆍ시민 사회세력의 시선이다. 정경 유착이라며 삐딱하게 본다. ‘재판은 재판, 일은 일’이라고 해보지만 달래기 쉽지 않다. 이때 검찰의 압수수색이 등장했다. 삼성에 대한 정부의 초심이 변함없음을 한 방에 증명했다. 이쯤 되면 평가가 달라지지 않겠나. “공안감이 뛰어난 검사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아주 오랫동안 알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쪽이 옳은지는 말할 수 있다.
차라리 ‘공안감 없는 검찰’이었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의 기업인 회동이 당당해진다. 검찰의 압수수색도 당당해진다. ‘공안감 뛰어난 검찰’이었다면 큰일이다. 대통령의 기업인 회동이 치사해진다. 검찰의 압수수색도 유치해진다. 공안감이 뭔가. 권력에 맞추는 정치 행위다. 문재인 정부는 그걸 적폐라 했다. 그런 정부가 이런 의혹을 사면 되겠나. 반복되는 ‘이재용 법칙’을 보면서 안 좋은 얘기들이 많아지고 있다. ‘짠거 같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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