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5. 구리전통시장

시장·상인 변화의 물결… 마트 공세 이겨냈다

▲ 구리전통시장1

추석을 앞두고 구리전통시장은 명절 준비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생기가 넘쳤다. 어느 때보다 세심히 물건을 살펴보는 고객들과 친절하게 설명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한데 섞여 연신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에 자리잡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경계선 없이 오가며 활기를 더했다.

 

구리전통시장(구리시 검배로 6번길 33)은 1966년 골목시장 형태로 형성된 50년 전통의 시장이다. 2005년 인정시장으로 등록됐으며 2만1천567㎡ 면적에 농축수산물, 의류, 잡화, 식품 등 280여 개의 점포가 있다.

 

남양주·구리의 유일한 전통시장으로 구리시 수택동 중심상권에 위치해 일별 2만~2만 5천 명이 찾는 활기찬 시장이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구리전통시장도 대형유통업체의 잇따른 입점으로 상권의 변화를 겪었다. 롯데마트에 이어 2010년부터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이 주변에 들어선 것이다.

 

이에 시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설현대화사업을 통해 아케이드 설치, 도로포장, CCTV 및 LED가로등 설치 등을 마쳤으며 2013년 공영주차장을 개장해 고객 편의를 도모했다. 또 문화관광형시장에 선정돼 2013년부터 3년간 사업을 진행했다.

▲ 구리전통시장5
대표적인 사업이 ICT융합사업의 일환으로 ICT 보이는 라디오 방송국을 개국한 것이다. 보이는 라디오는 상인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으로 20명의 시민·상인 DJ가 돌아가며 시장 소식을 전하고 신청곡과 사연을 소개한다. 스튜디오를 개방해 방송 진행 장면을 지나가는 고객들이 볼 수 있게 했고 모니터를 통해 상인들도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와 함께 매년 상인회 워크숍을 개최하고 상인대학을 운영하며 상인들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을 전개, 급변하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구리전통시장 거리축제는 시장의 대표 행사다. 매년 10월 열리는 축제는 시민들이 시장에서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래자랑, 초청공연, 체험마당, 경품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김장나눔행사, 독거노인 초청 어버이날 효 사랑잔치, 불우어린이돕기 물품전달, 연탄나눔행사 등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 끝에 구리전통시장은 2013년 중소기업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2014년에는 국무총리로부터 표창장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코리아세일페스타 거점시장으로 선정됐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7일까지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정부 주관으로 전국 동시에 실시하는 범국가적 문화·관광·쇼핑축제로, 구리시장은 풍성한 할인행사와 경품행사 등을 마련해 고객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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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종덕 구리전통시장 상인회장

“주차장·고객쉼터 확충… 반드시 쇼핑천국 만들것”

조종덕 구리전통시장 상인회장(67)은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잠도 제대로 못 잘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27년째 의류와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 회장은 시장의 흥망성쇠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시장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마음가짐으로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손님이 더 많았는데 주변에 대형마트와 아울렛, 백화점이 연달아 들어오며 소비층이 줄었다”며 “2013년 문화관광형시장 선정을 계기로 꾸준히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손님을 끌어들이려면 우선 환경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속적인 환경개선으로 쇼핑하기 편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추가로 437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내년 착공에 들어가고 고객쉼터도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번화가에 위치한 만큼 시장 입구에 무대를 확장설치해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벤트를 많이 열 방침이다. 조 회장은 자신의 판공비까지 반납하며 이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10월 열리는 거리축제도 올해는 시범적으로 야시장을 도입하고 다문화음식축제와 어린이 벼룩시장, 사생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추가할 계획이다. 또 인근 롯데마트에서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시장음식 시식 이벤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상인회 직원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다”며 “다시 찾을 수 있는 시장, 명실상부한 경기동북부 대표시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힘차게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예리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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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보쌈·칼국수… 정성 듬뿍 ‘환상의 궁합’

돌다리보쌈·칼국수는 잘 보이지 않는 시장 골목 안쪽에 숨겨져 있지만 가정집을 개조한 편안한 분위기와 독보적인 맛으로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 메뉴는 한방굴보쌈·한방오징어보쌈(각 2만 원)과 전골칼국수(7천 원)다. 돼지 사태를 엄나무, 둥글레, 감초 등 한방약재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삶아낸 보쌈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럽고, 데친 오징어와 배가 듬뿍 들어가 있는 김치는 칼칼하면서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가게에서 면을 직접 뽑고 각종 해물과 채소로 맛을 더한 칼국수는 테이블마다 빠지지 않고 주문하는 인기 메뉴다.

 

김남순 사장(63)은 “매일 30포기씩 직접 담그는 김치가 인기 비결”이라며 “한번 드셔 보시면 꼭 다시 오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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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곱창… 23년 전통 ‘원조의 맛’

‘원조’를 앞에 붙이고 김춘옥 사장(63)의 사진을 간판에 내건 보배곱창은 구리시장의 명물이다. 23년 전 문을 연 곱창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루자 주변에 곱창집이 하나 둘 생겨나며 구리 곱창골목이 형성됐다.

 

야채곱창(9천 원)은 돼지곱창에 양배추, 깻잎, 당면을 양념장과 함께 볶아낸다. 순대곱창(1만 1천 원)과 알곱창(1만 1천 원)도 있어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위생적으로 세척해 알맞게 삶아낸 돼지곱창은 냄새가 나지 않고 탱글탱글 쫄깃하다. 곱창볶음의 맛을 좌우하는 양념장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큼 제맛을 낸다.

 

김 사장은 “모든 재료들이 적당한 비율로 들어가 우리집만의 맛을 만들어낸다”며 “20년 넘게 한결같은 맛을 유지해 그 맛을 못 잊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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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만두… ‘나뭇잎만두’ 유명세

야들야들 속이 비칠 정도로 얇은 피를 여러 번 꼬아 쫄깃함을 더한 나뭇잎만두(3천 원)는 청년만두의 대표 메뉴다. 직접 개발한 나뭇잎 모양의 만두는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동시에 주고 있다. 국거리용 전골만두와 군만두 등 용도에 따라 직접 만든 다양한 피모양은 손님들에게 고르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구리전통시장에서 4년째 청년만두를 운영하고 있는 정두열 사장(38)은 만두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다. 전국 유명하다는 만두는 모조리 찾아 먹어봤고, 해외사이트도 틈틈이 찾아보며 더 맛있는 만두를 위해 노력한다. 또한, 그는 시장은 지저분하다는 편견을 없애고자 깨끗한 환경에 투철한 모습이었다. 정 사장은 “구리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만두를 선사하는 청년만두가 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구예리·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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