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한가위 날에

보름달에 비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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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날에

 

    - 장덕천

 

내 마음의

보름달

하늘에 걸자

달은 수직으로 나를 내려본다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

 

보름달은 꼭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 안에도 보름달이 있다. 그런데 그 마음 안의 보름달을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사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 동시는 마음 안의 보름달을 하늘에 걸자고 귀띔한다. 사는 게 힘들어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아서, 모든 게 귀찮아서…잊고 살았던 마음 안의 저 보름달. 이 동시에서 보름달은 그냥 보름달이 아니라 자신을 비쳐볼 수 있는 ‘삶의 거울’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제대로 살아왔는지, 나 좀 잘 살겠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지…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잖다. 그러고 보니 며칠 있으면 추석이다. 추석은 일 년 동안 땀 흘려 일한 햇곡식과 과일로 차례를 지내고 친지와 이웃이 한데 어울려 둥근 보름달 아래서 삶의 기쁨을 누리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이 동시는 추석에 딱 어울리는 시. 밤하늘의 보름달만 바라보지 말고 마음 안의 보름달도 함께 보잖다.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 이를 다른 말로 하자면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 모두 ‘사람답게’ 살잖다.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무엇보다도 인간답게!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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