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언론의 회초리가 고맙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고 움찔했다. 빈자리가 많은 본회의장 장면과 함께 개회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내가 취임 인터뷰 때 밝힌 시간 약속 엄수와 원칙을 지키는 의회를 만들겠다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3차 본회의에 앞서 “본회의장은 의회다운 의회를 만드는 심장 역할을 한다”며 의원들에게 기본에 충실해 달라고 부탁했다.

 

제10대 경기도의회는 개원한 지 두 달도 안 됐다. 이제 상임위 구성을 끝내고 본회의 시동을 건 상태다. 이럴 때 더 잘하라고 언론이 회초리를 준 것으로 생각한다. 경기도의회 의원 중 95%가 여당이다. 야당의 존재가 미약한 의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소수 야당 7명이 70명, 700명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더욱 존중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스스로 야당 역할을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도 하고 있다.

 

그래도 도민들 눈에는 차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도민을 대변하고 항상 도민의 알권리를 위해 힘쓰는 언론에 부탁드렸다.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꾸짖고, 정책의 비판도 서슴지 않는 야당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한 번에 너무 세게 야단을 치지 말고, 조금씩 나눠서 알아듣게 해주면 고치고 바로 잡으면서 경기도의회를 견제와 균형이 살아있는 의회로 만들어가겠다.

 

경험상 회초리는 아무리 약해도 아프다. 그래도 사랑이 담기면 아픈 만큼 성숙한다. 세상이 변해서 요즘에는 회초리도 폭력으로 해석돼 말하기가 머뭇거려지지만 나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내가 가정을 꾸렸을 때 아이들에게는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아버지처럼 회초리를 드는 날도 있었다. 마지막 회초리는 아들이 중학생 때였다. 북한도 두려워한다는 질풍노도의 아이에게 회초리라니 후일담이라도 아찔하다.

 

회초리를 드는 사람이 더 아프고 오래 기억하는 것은 사랑이 담겼기 때문이리라. 그때의 기억이 너무 또렷하고 미안한데 20대 중반의 아들은 개의치 않는 듯하다. 이제는 내게 매우 든든한 동지다.

 

나는 언론의 지적을 그 옛날 비단보자기에 싸서 보관하며 자녀를 훈육했던 회초리이며, 서당의 초달(楚撻)이라고 여긴다. 그 안에 담긴 사랑도 느낀다. 그러한 사랑 위에서 경기도의회는 날로 튼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 시ㆍ도의회 중에서 규모도 제일이지만 전국 자치분권을 선도하는 만큼 경기도의회가 하면 선례가 된다.

 

2015년부터 전국 광역의회 최초로 설치됐던 지역상담소에 벤치마킹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10대 의회가 야심 차게 시작한 전체 도의원의 공약 집중 관리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도민과의 소통과 신뢰 향상을 고민했던 방안들이다. 이렇게 세상의 변화와 도민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하면서 지방정부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경기도의회는 지금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민생예산과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한 추경예산을 심의하고 있다. 곧 내년 예산도 수립하게 된다. ‘사람중심 민생중심’의 가치가 담긴 정책을 고민하고 예산을 담아내는 중요한 시기다. 도민의 소리, 현장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 도민의 회초리도 달게 받겠다. ‘아침을 열면서’ 칼럼을 통해 더 많은 도민과 함께할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하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