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미만 중소사업체 취업자수 8년만에 감소

“주문량이 줄고 인건비마저 치솟아 수지타산이 안 맞는데 어떻게 직원을 더 고용합니까”

 

김포에서 장난감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최근 생산물량이 3분의 1로 줄면서 인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 초만 해도 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던 이 업체에는 현재 12명만 남아있다. A대표는 “내수시장이 불안정하고 향후 수주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어느 고용주가 한시적인 고용지원금만 믿고 신규 채용의 부담을 떠안겠나”라며 “원청에서 하청가격을 안 올려주는데다 인건비만 올라가고 근로시간도 제재하면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원에서 생태탕집을 운영하는 B씨도 인건비 상승과 경기악화 등에 직원 고용의 뜻을 접었다. B씨는 올해 초 8명이었던 직원을 하나 둘 내보내 현재 5명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무, 마늘, 양파 등 각종 재료비가 30~40%가량 상승한데다 인건비도 매년 올라 추가고용은커녕 지금 있는 직원을 유지하기도 힘들다”며 “경기 침체도 지속돼 손님들이 예전만큼 가게를 많이 찾지 않고 있어서 가격을 올릴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영업 경기 불황 여파로 종사자 규모가 300인 미만인 중소 사업체에서 일하는 취업자 수가 8년 반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300인 미만 사업체의 취업자는 1년 전보다 7만 6천 명 줄었다. 취업자 감소는 2010년 1월(-4천 명)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이 중 1∼4인 소규모 사업체의 취업자 수는 지난달 12만 7천 명 줄어들면서 3개월 연속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5∼299인 사업체 취업자는 5만 1천 명 늘면서 2013년 1월(1만 1천 명) 이후 5년 반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중소사업체의 고용 악화는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서민 자영업 경기 악화, 내수 부진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취업자는 8만 1천 명 늘면서 최근 1년 평균 증가 폭(2만 7천 명)의 세배를 웃돌았다. 이를 두고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영향이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당장 취업자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늘렸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기업들이 노조와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 조정 합의에 실패하면 중장기적으로 인건비가 크게 늘어 고용이 다시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가 서민 가구의 소비 여력을 줄여 다시 중소 자영업 경기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고용 악화는 도소매업, 음식업 등 규모가 작은 사업체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300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 수 증가가 노동시간 단축 영향 때문만이라고는 보기는 어렵지만 일부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예리·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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