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2. 오산 오색시장

다섯 가지 테마거리… ‘젊음의 시장’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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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찾아간 오산 오색시장. 점포의 고유 간판은 제각각이었지만 가게마다 특정 색깔의 돌출 간판이 달려 있었다. 이 골목은 빨간색, 저 골목은 노란색 등 골목마다 색이 통일돼 있어 길을 찾기도 쉬웠고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이날은 5일장도 열려 밭에서 막 딴 듯한 싱싱한 채소,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김치전, 갓 튀겨낸 통닭 등이 한데 어우러지며 더욱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평균연령 36.4세의 젊은 도시에 자리잡은 시장답게 유모차를 끌고 장을 보는 젊은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오산오색시장(오산시 오산로 272번길 22)은 공식적으로 1914년부터 상설화된 100년 역사의 시장이다. 그전에는 조선 후기인 1700년대와 1800년대 문헌에도 기록됐을 정도로 유서가 깊다. 5일장을 병행하는 상설시장으로, 장날은 3·8·13·18·23·28일이다. 6만㎡에 349개 점포에서 농·축·수산물과 의류, 생필품, 각종 잡화 등을 판매한다.

 

오산은 인구 22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시장 반경 2㎞ 내에 주요 대형마트 3곳이 모두 들어와 있다.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오색시장은 세교신도시, 동탄신도시 등 반경 10㎞ 이내의 인구 200만 명을 잠재고객으로 설정하고 2012년부터 경영현대화와 시설현대화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유치했다.

 

한신대와 1시장1대학 사업을 진행하며 시장의 이름을 오산중앙시장에서 오산오색시장으로 변경하고 오색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섯 가지 테마거리를 조성했다. 의류·패션 골목의 빨강길, 신선제품 위주의 녹색길, 고춧가루·참기름·떡을 만드는 방앗간이 모여 있는 미소거리(노랑), 돼지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점이 많은 아름거리(파랑), 전통시장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볼거리가 가득한 맘스거리(보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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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는 야시장을 열어 변신을 시도했다. 4~11월 매주 금·토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시장 골목에서 열리는 야시장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먹을거리와 오색시장이 개발한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소주와 막걸리 등의 주류는 판매를 금지하는 대신 원하는 손님은 인근 점포로 안내해 상생을 시도했다. 이에 일평균 방문객은 2014년 500명에서 2018년 2천500명으로 급증했고 친구, 연인, 가족이 함께 찾는 야시장이 되면서 방문객의 평균 연령도 50~60대에서 30대로 낮아졌다. 야시장이 열리는 동안 기존 점포의 매출도 27% 증가하는 톡톡한 효과를 거뒀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는 문화관광형 육성사업에 선정돼 오색동아리경연대회 등 이벤트, 상인교육, 시장투어 개발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수제맥주 공방을 조성해 새로운 고객군을 유입시켰고 ‘전통시장의 음식과 수제맥주의 기막힌 콜라보’를 콘셉트로 한 야맥축제를 열어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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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근형 오산 오색시장 상인회 부회장

“야맥축제 대성공… 더많은 이벤트 고객감동 실천”

“발전하지 않는 시장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젊고 활기찬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박근형 부회장(37)은 12년 전부터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자재납품업체를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2세 사장이다.

 

그는 “시장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이곳에 애착을 갖게 됐다”며 “시장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어 부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폭염이 한창인 이날, 상인회에서는 시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얼린 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박 부회장은 “주변에 대형마트 3사가 다 들어와 있다 보니 고객 유치가 쉽지 않다”며 “더욱이 전통시장은 계절을 몸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어 이런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오색시장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면서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중앙시장이라는 이름이 전국에 너무 많아 특색있는 이름을 찾았고 시민들과 상인들이 투표해 만들어진 이름이 오색시장”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물건을 구매하면서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는 시장을 표방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기도 야시장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야시장을 운영하고 야맥축제를 시작하면서 오색시장 제2의 전성기가 왔다고 한다.

 

박 부회장은 “야맥축제는 한해 한해 성장해 나가며 전국 최고 수준의 시장 축제가 됐다”며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올 10월에 열릴 축제는 하루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살아남으려면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부회장은 “우리 시장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젊은 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장에 오고 싶게 만드는 여러 이벤트를 기획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예리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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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추어탕… 폭염에 지친 몸 ‘활력충전’

흰 쌀밥을 말아 한 그릇 훌훌 마시고 나면 보약이 따로 없는 추어탕. 남원추어탕에서는 단돈 5천 원이다. 이곳에서 10년째 추어탕 한 메뉴만 고집하고 있는 홍준호 사장(59)은 충남에서 공수한 미꾸라지를 매일 매장에서 갈아낸 뒤 무청시래기와 들깨를 넣어 추어탕을 만든다.

 

기본 추어탕 외에도 통추어탕과 매운탕 육수의 얼큰이추어탕, 국내산 우렁을 추가한 우렁추어탕도 있다. 2인분을 포장주문하면 넉넉히 3인분을 주고 있어 포장과 택배 주문도 상당하다.

 

특히 기본찬으로 나가는 어리굴젓은 직접 양념을 해 짜지 않고 맛있어서 찾는 손님이 많아 따로 판매도 하고 있다. 홍 사장은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자는 신조로 장사를 하다 보니 손님들께서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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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콩쭈꾸미볶음… 제대로 된 ‘불맛’

제대로 된 불맛을 느끼고 싶다면 메콩쭈꾸미볶음이 제격이다. 1인분에 7천 원의 주꾸미볶음은 즉석에서 만든 고춧가루 양념으로 칼칼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주꾸미와 양배추, 양파를 함께 볶다 토치로 직화해 불맛을 입힌다. 손님의 기호에 맞게 맵기 조절도 가능하다.

계란찜과 콩나물 무침, 열무김치, 양배추 샐러드 등이 함께 나오고 밥에는 상추와 김가루가 올려져 있어 주꾸미볶음과 비벼 먹기 좋다. 다소 특이한 가게 이름은 오찬근 사장(53)이 직접 지었다. 오 사장은 “아내가 베트남 사람이라 베트남의 메콩강처럼 가게가 장대하게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이름”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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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농이네… 잡내없는 ‘소내장탕’ 일품

한식 전문 토농이네의 최고 인기 메뉴는 소내장탕(7천 원)이다. 내장을 듬뿍 넣었는데도 비린내나 잡내가 전혀 없다. 콩나물, 무생채, 버섯볶음 등 각종 나물을 함께 비벼먹는 보리비빔밥(4천 원)은 장이 서는 날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 메뉴다. 이밖에 목살을 사용한 제육볶음과 동태찌개, 선지해장국, 고등어조림 등도 인기다.

 

안순일 사장(57)은 시장 인근에서 테이블 2개 규모의 가게를 하다 3년 전 가게를 확장하면서 시장에 입성했다. 양념을 아끼지 않으면서 인공조미료는 최소화해 집밥같은 맛을 자랑한다. 밑반찬은 팩에 포장해 따로 판매도 한다. 안 사장은 “내가 미각도 예민하고 손맛도 좋아 어떤 까다로운 손님의 입맛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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