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설] 언론 자유의 상징, 그리고 위대한 경기·인천 시대의 상징

경기일보, 1988년 언론 자유 시대정신 속에서 잉태
民主言論具現ㆍ信賴社會建設ㆍ地方文化暢達의 가치
위대한 경기ㆍ인천 30년 역사를 하루처럼 함께 걸어
‘열독률 1등’ 축복으로 더 나은 30년 향해 나아갈 것

1981년, 신군부에 짓밟은 비극의 언론 역사였다. 그들이 만든 1도1사(一道一社)가 곧 질서였다. 그들이 주는 보도지침(報道指針)이 곧 정보였다. 그들이 허락한 시장(市場)이 곧 경영이었다. 국민의 목소리는 획일화됐다. 뜻이 다른 요구는 묻혀버렸다. 주는 대로 받으며 사육돼야 했다. 경기도는 없었다. 인천시도 없었다. 그저 국가만 있었다. 경기ㆍ인천의 모습은 국가가 정해준 그것이었다. 역사는 이때를 언론 암흑기라 말한다.

1987년, 그 숨 막혔던 장막이 걷혔다. 고귀한 6월 항쟁이 자유의 성화(聖火)를 피워 올렸다. 비로소 국민은 말하기 시작했다. 다름과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말과 요구가 향한 곳이 언론이었다.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이 자유언론을 고대했다. 그 시대적 사명을 떠안은 언론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맨 앞에 경기일보가 있다. 1988년 8월 8일 지령 1호를 내보였다. 경기일보의 탄생 정신이 곧 언론 자유의 실천 정신인 이유다.

어느덧 30년이다. 모든 게 성장했다. 국민은 부유해졌다. 4천268불 소득이 2만9천700불이 됐다. 국가도 부유해졌다. 606억불 수출이 5천739억불이 됐다. 경기도의 성장은 더 놀랍다. 562만이던 도민이 1천300만명이 됐다. 1조434억원이던 예산규모가 19조2천억원이 됐다. 경제도, 문화도 모두 경기도가 국가의 중심이다. 경기 천 년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격변의 경기 30년이다. 그 위대한 30년과 함께 경기일보 30년이 있다.

숱한 투쟁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싸웠다. 정부를 설득해 삼성 반도체 공장 증설을 쟁취했다. 환경부와 맞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을 얻어냈다. 잘못된 국토균형발전 논리와 싸웠다. 경기ㆍ인천 주민의 이익을 위한 안간힘이었다. 변방에 섰던 경기ㆍ인천 정치를 한국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이 모든 과정이 거대권력과 맞서야 했던 힘겨운 순간이다. 그래도 경기일보는 그 현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부침과 부족함이 왜 없었겠는가. 언론 탄압의 권력 앞에 위기를 겪기도 했다. 더 당당했어야 했다. 한없는 부족함에 고개를 떨굴 때도 있었다. 더 힘 있어야 했다. 시장경제라는 근본적 가치를 두고 고민하기도 했다. 더 소신 있어야 했다. 이 부침과 부족함 역시 경기일보 사료(史料)에 가감 없이 남아 있다. 소중한 기록이다. 없앨 수도 없고, 없애서도 안 될 교훈의 발자취다. 이런 역사가 있어 오늘의 경기일보 30년이 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부패 권력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 지난 시절, 부패는 경제성장에 기생해 운명처럼 자라 왔다. 2017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한국은 세계 51위다. OECD 가입 35개국 중에서는 29위다. 지방 권력의 부패, 토호 세력의 부패도 여전하다. 여기에 맞서는 것이 언론의 길이다. 썩은 곳을 도려내는 것이 기자의 길이다. 경기일보 기자들에 맡겨진 운명이다. 타협도 없고, 시한도 없는 이 전쟁을 계속 해갈 것이다.

어려운 이웃에 따뜻한 동지가 되고자 한다. 복지 천국은 권력이 심어준 환상이다. 표에 매몰된 정치가 저지른 죄악이다. 무상급식에 내몰린 결식아동, 기초수당에 외면당한 극빈 노인이 숱하다. 개발에 밀려나는 무자산층의 고통도 널려 있다. 들풀처럼 번지는 고독사에는 이제 나이가 없다. 이제 그들의 얘기에 세상이 큰 귀를 열어야 한다. 언론에 맡겨진 사명이다. 경기일보가 하겠다. 그들 곁에 따뜻하게 다가가 얘기를 듣겠다.

스스로를 완성해 갈 것이다. 학문의 기초를 확립함을 이립(而立)이라 했다. 그 이치를 아는 나이를 서른이라 했다. 나이 ‘서른’ 경기일보는 이제 그 언론의 토대를 완성했다. 성숙한 언론으로 당당하게 서 있다. 다시 한번 민주언론구현ㆍ신뢰사회건설ㆍ지방문화창달이라는 사시(社是)를 새겨본다. 그리고 30년 전처럼 이 약속 앞에 머리를 숙인다. 민주(民主), 신뢰(信賴), 지방(地方)-영원히 부둥켜안고 가야 할 경기일보의 가치다.

지나간 30년, 경기일보는 분에 넘는 사랑을 받았다. 취재 현장에서, 경영 일선에서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받아왔다. ‘열독률 1등’이라는 축복은 그 결과로 베풂 받은 은혜였다. 더 없는 감사함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준엄하게 경기일보의 미래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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