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30년 애독자] ‘창간 독자’ 유동준 정월나혜석기념사업회장

“지역 목소리 제대로 내는 대표 정론지로 성장 뿌듯”

▲ 창간부터 현재까지 30년간 경기일보 애독자인 유동준 정월나혜석기념사업회장이 그동안 본보가 걸어왔던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시범기자
▲ 창간부터 현재까지 30년간 경기일보 애독자인 유동준 정월나혜석기념사업회장이 그동안 본보가 걸어왔던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시범기자
지난 1988년 8월8일 경기일보가 첫걸음을 뗀 후로 매일같이 신문을 구독해 온 유동준 정월나혜석기념사업회 회장(81)은 오늘날의 경기일보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1도(道)ㆍ1사(社)’ 시기를 거쳐 탄생한 경기일보가 다른 신문과 경쟁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기사를 보도하며 경기도의 성장은 물론 지역신문 발전까지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유동준 회장은 “사실 경기일보를 구독하기 전까지만 해도 ‘동네 일’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나라 정세를 보려면 서울권 중앙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이웃사촌끼리 왕래해야 안목이 넓어진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게 경기일보와 연이 닿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경기일보의 30년’을 표현하는 단어는 ‘수혈’이다.

유 회장은 “경기일보 기사 흐름을 보면 젊은 감각이 꽤 돋보인다. 패기 있고 발랄한 기자들이 많아 신문에 수혈(輸血)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요즘 시대는 (기사를) ‘읽는’ 시대에서 (이미지를) ‘보는’ 시대로 바뀌었는데 경기일보도 그러한 변화에 발을 잘 맞춰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일보는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세밀하고 깊게 파고드는 것이 장점이다. 또 어떠한 문제를 새롭게 제기할 때도 독창적이고 진취적으로 표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 같아 독자 입장에서도 읽고 이해하기가 좋다”며 “지역사회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 고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신문에 대한 관심도가, 특히 지역신문의 독자가 점점 줄어드는 데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유동준 회장은 “예전에는 열차 안이나 공원 벤치, 도서관 등에서 자연스럽게 신문을 펼쳐드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보기가 정말 어렵다”며 “경기일보가 지역신문으로서 더욱 입지를 탄탄히 갖추려면 외국 언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참고해 세련된 감각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일례로는 지면 크기를 휴대하기 간편한 정도로 줄이고, 기존에 비슷한 틀 안에서 진행되던 편집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풀어 말했다.

 

유 회장은 “어느 신문보다도 젊은 기자가, 젊은 독자가 많은 곳이 경기일보다. 그 젊은이들의 시선에서 ‘들고 다니기 좋은 크기의 신문’, ‘지인과 이야기하기 좋은 기사’, ‘눈에 띄고 신선한 편집’ 형태가 갖춰져야 한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걷기 위해 과감한 길을 걸어야 할 때가 있다. 경기일보를 비롯해 모든 신문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획일성을 깨면 미래 척도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의 예를 들며, “일본의 경우 신문 1~4면 하단에 책, 잡지, 주간지 광고를 싣더라. 인문학의 가치를 알리고 지식과 인성을 함께 교육하는 동시에 어떤 종류의 지면이건 ‘간행물’ 자체를 집어드는 사람을 늘리자는 취지”라며 “상업 광고를 메인으로 다루는 우리나라 신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인데 경기일보가 이러한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을 어떨까 한다. 언론부터 지면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보탰다.

 

유 회장이 경기일보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면은 문화면이다. 지난 1995년 4월 나혜석기념사업회를 세운 유동준 회장은 ‘우리 동네, 우리 인물 바로 알기’에 관심이 커 문화면을 즐겨 읽게 됐다. 또 인구 1천300만 명의 전국 최대 규모 지자체 경기도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있어 문화를 이해하는 것만큼 빠른 소통의 길은 없다는 생각을 품고 있기도 하다.

 

유동준 회장은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는 마을에서 걸출한 인물이 누가 있느냐 할 때 ‘나혜석’과 ‘난파 홍영후’가 있다는 것을 종종 듣곤 했지만, 이들이 어떤 인물들인지 예전에는 자세히 알지 못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 입대를 앞두고 있을 무렵, 독립운동가이면서 유명 여류인사인 나혜석에 대해 재평가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고 판단했다.

유 회장은 “내 고향 수원에서 독립운동가이면서, 유명 여류인사인 나혜석이라는 인물이 배출됐다는 게 자랑이 아닐 수 없다”며 “이들의 훌륭함을 배우고 직접 알려나가는 과정에서 수원이라는 지역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지역을 이해하니 내 이웃에 대해서도, 사람의 관계에서도 더 너그러워졌다”며 웃음 지었다.

 

유 회장은 “자고로 타인의 공과(功過)를 알아나가기 시작해야 마을을, 사회를, 국가를 알게 된다. 작고 소소한 문화 활동이라고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엔 이것이 사회를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라며 “신문의 문화면도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의 ‘문화 공간’이 아닐까 한다. 정해진 지면 안에서 어떠한 전시 정보나 인물 정보를 소개함으로써 그걸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배움의 장을 열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맥락에서 유동준 회장은 문화면이 ‘문화 살롱(salon)화’ 되길 기대하고 있다. 유행하는 노래와 그림, 또는 각광받는 인물이 지면 속에 들어와 함께 시대를 교류하고 그 과정에서 다시 새로운 문화 활동을 창출되면 더 좋을 게 없다는 바람이다.

 

유 회장은 “과거 지식인들이 살롱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해 온 것처럼 신문도 그 소통의 주체가 돼 ‘문화 살롱’ 역할을 해내길 바란다”며 “문화라는 분야의 특성상 시각적인 면이 강조돼야 할 때가 있는데 단순히 사진만 게재하고 끝낼 게 아니라 그 사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할지 독자 입장에서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유동준 회장은 “경기일보가 30년의 역사를 거쳐오며 연륜을 쌓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왔다는 것을 오랜 독자라면 누구나 안다”며 “앞으로도 경기일보가 경기도와 우리나라의 명실상부 대표언론으로 자리를 지키고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하리라 믿는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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