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송영길·이해찬 후보에게-
잘못된 지배논리- ‘市長 주제에…’
이제 黨 최고위원단에 포함시켜야
金·宋·李, 득표에도 도움될 공약
일개 기초단체장이 고른다? 도지사부터 할지, 아니면 대통령으로 바로 갈지? 우리 정치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제넘는 소리’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듣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로부터 3년, 이 시장은 대통령 경선장에 있었다. 프로 정치인들 사이에 3등을 했다. 그리고 또 1년여 뒤, 이번엔 경기도지사 집무실에 앉았다. 정치사에 없었던 일이다. ‘주제넘는 일’이 ‘주제 맞는 일’로 뒤바뀐 대단히 특별한 역사다.
‘주제넘는 짓이다’를 사전에서 찾아보자. ‘말이나 행동이 건방져 분수에 지나친 데가 있다’라 풀고 있다. 영어 표현도 몇 가지 있다. ‘You are out of line!’ ‘Who do you think you are?’. 직역하면 이렇다. ‘너는 금을 벗어났다’ ‘너의 현재 모습을 뭐라고 생각하나’. 결국,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넘었다는 소리다. 시장이 대통령과 도지사를 꿈꾸면 절대 안 된다는 경고다. 다분히 지방 권력을 향한 중앙 권력의 지배논리가 얼비친다.
이재명 시장은 그 경계를 넘었다. 순전히 개인의 능력이 만든 결과다. 안타깝게도 그렇다고 바뀐 정치 지형은 없다. 시장들은 여전히 중앙 권력이 정해놓은 ‘주제’ 속에 갇혀 있다. 벗어나면 큰 일 나는 줄 안다. 때마침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다. 시장들에게 도전을 권해봤다. “민선 시장 23년이다. 중앙 정치에 참여할 때가 됐다. 누구든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으면 한다”고 썼다. 근데 다들 고개를 젓는다. 중앙권력 눈치 보기다.
눈치 안 본 시장이 있긴 하다. 논산시장이다. 용기 있게 출마했다. 그런데 암만해도 벅차다. 중앙 권력이 뽑은 대의원 1만135명은 어차피 중앙 권력 편이다. 45%(대의원)ㆍ40%(권리당원)의 비율도 중앙 권력에 맞춘 황금률이다. 여기에 내세울 대표성도 없다. 243개의 대표 지자체도, 243명의 대표 시장도 아니다. 떨어질 거라고 보는 게 합리적 예상이다. 눈치 안 보고 덤볐지만 이번에는 제도가 막아선다.
눈치 때문에 안 되고, 제도 때문에 안 되고…. 이게 현실이긴 한데…. 그렇더라도 바꾸긴 해야 할 거 같은데…. 궁색하지만 남은 길이 하나 있다. 중앙 권력의 배려다. 151명-민주당 소속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을 위한 자리를 챙겨주면 된다. 시장을 그 자리에 앉혀 지방 현실을 말하고 건의하게 해주면 된다. 때마침 당 대표가 갖고 있는 최고위원 자리도 있다. 임명직 최고위원 자리 2개다. 그 하나를 내어 주면 쉽게 될 일이다.
중요한 건 당 대표의 결심이다. 그 대표를 뽑는 선거가 한창이다. 공약으로 내놓으면 된다. “당대표가 되면 최고 위원 한 자리를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주겠다”고 하면 된다. 전국의 151명이 얼마나 좋아하겠나. 나름 지역 내 장악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공약한 후보에게 표를 주자고 말해줄 수도 있다. 표 셈법으로 봐도 적잖이 도움될 일이다. 김진표ㆍ송영길ㆍ이해찬 후보가 공약하면 좋겠다. 한 명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이게 정치분권이다. 행정은 분권을 말하고 있다. 중앙 사무 518개를 지방으로 보내겠다고 한다. 재정도 분권을 말한다. 국비와 지방세 비율을 8 대 2에서 7 대 3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유독 정치만 분권의 ‘분’자도 안 꺼낸다. 여전히 쥐고 군림하려고 한다. 이제 누군가 나서서 정치 분권을 말해야 한다. ‘이제 지방에도 나눠주자’고 선창(先唱)해야 한다. 그 적기(適期)가 이번 당대표 선거고, 그 적임자(適任者)가 이번 당대표 후보들이다.
‘주제를 넘는 소리다’-최고위원을 꿈꾸던 시장들이 이제껏 듣던 말이다. ‘주제에 맞는 소리다’-최고위원을 꿈꾸는 시장들이 이제부터 들어도 될 말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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