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22일부터는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자전거 운전자 및 동승자의 헬멧 착용 의무화’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반대여론이 더 많다. 한마디로 귀찮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전거 헬멧을 의무화한 이유는 자전거 사고로 인한 환자 중 머리 부상자가 많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작년 자전거 사고 1만 5천여건 중 38%가 머리부상이었다. 자전거 단체는 헬멧의무화가 자전거 이용을 줄이게 할 것이라며 헬멧 착용보다는 자전거 도로 확충 등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고 반발했다. 해외에서도 자전거 헬멧 의무화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의무화를 도입했고 미국과 일본은 연령이나 지역별로 부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자전거 선진국인 네덜란드·덴마크·독일 등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안전을 위해 헬멧 의무화가 필요하나, 자전거 인구를 확산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호주에서는 헬멧 의무화 이후 자전거 이용자 수가 오히려 37% 감소했다. 덥고 머리 스타일이 망가지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네 편의점이나 공원을 다니는 주부에게 헬멧 미착용을 이유로 제재를 하면 이른바 국가주의다. 어린 아이들과 위험한 지역에 제한적으로 착용케 하는 방법은 왜 생각을 못하나.
반대론 중 또 하나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슬픔이여 안녕’을 쓴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마약소지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될 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관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혼자 주행할 때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물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음주운전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언제부터 국가가 나의 생명에 대해 이런 관심과 애정을 가졌는지 의아할 뿐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일단 해보는 경향이 있다.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인상, 탈 원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취지는 좋은데 너무 일방적이다. 현실에 맞도록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도 마찬가지다. 정말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자전거 도로와 거치대의 확충, 어린이 안전교육 등 기본여건을 구비하는 것이 먼저다. 헬멧착용의 자발성과 헬멧강제의 당위성은 다르다.
전면적 시행보다는 지역별로, 연령별로 시범적으로 해본 후에도 늦지 않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는 국가가 나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선(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사고 책임을 나에게 넘기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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