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1. 부천 역곡 상상시장

젊은 상인·젊은 고객… 시장가득 ‘생생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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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찾은 부천 역곡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만화캐릭터가 시장 메인 간판, 천장, 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개방감 있는 높은 아케이드는 폭염을 잠시 잊게 했고 오렌지색 바탕에 글씨체까지 통일한 간판들은 깔끔함 그 자체였다. 특히 널찍한 통로와 가지런히 줄을 맞춰 정렬된 물건들로 대형마트 못지않은 쇼핑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부천 역곡상상시장(부천시 원미구 역곡1동 부일로 749번길 31)은 1980년 복개천을 따라 골목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며 자리매김했다. 현재 120개의 점포에서 농·축·수산물과 식료품류, 생활용품, 잡화류 등을 판매한다.

 

상상시장은 젊은 시장이다. 고객들도 젊고 상인들도 젊다. 서울과 인접한 경인국도변에 위치해 인근 아파트 대단지에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층이 많이 산다. 반경 500m 내에 카톨릭대학교와 유한대학교도 있다. 120개 점포 중 부모의 대를 이은 가업승계 점포가 25개로, 20~40대 상인이 60%에 달한다.

 

상상시장이 저절로 젊은 시장이 된 것은 아니다. 그 뒤에는 시장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2010년 시설현대화사업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한 뒤 2012년 고객지원센터를 건립했다. 2014년에는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진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시장 활성화를 도모했다. 이듬해에는 시장이름을 기존 역곡북부시장에서 역곡상상시장으로 바꿨다.

‘상상’이라는 이름에는 ‘서로 상부상조하고 상상 그 이상이 있는 시장’이라는 뜻을 담았다. 그러면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있고 만화 관련 콘텐츠가 풍부한 부천지역의 특징을 살려 ‘만화특화시장’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및 부천시와 협업해 국산 애니메이션 ‘빼꼼’ 캐릭터를 적극 활용, 시장 간판에 조형물을 달고 곳곳에 그림을 설치했다.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장난감도서관과 홀씨도서관도 만들어 문화시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갔다.

 

2016년에는 부천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맞춰 중국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장에서 개발한 ‘상상도시락’ 맛보기, 치맥먹기행사, 떡메치기 체험, 다트게임 등 다양한 참여행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역곡상상시장은 2016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대한민국 우수전통시장으로 인증받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국유통대상에서 산자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지역주민과 상인이 함께 하는 화합대축제를 개최한 데 이어 최근에도 ‘2018 우리동네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6월 시장 통로에서 주민참여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지난달 고객지원센터 앞마당에서 어린이 뮤지컬공연을 펼쳤다.

 

역곡상상시장은 이달부터 오는 2020년까지는 문화관광형시장의 또다른 이름인 희망사업프로젝트에 선정돼 또 한번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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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일우 역곡상상시장 상인회장

“고객 편의 최우선… 만화특화시장 정체성 정립 박차”

“고객 편의에 중점을 두고 만화특화시장이라는 정체성도 더욱 확립하겠습니다”

 

남일우 회장은 1986년에 역곡북부시장에 입성, 2006년부터 상인회장을 역임하며 북부시장이 상상시장으로 탈바꿈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남 회장은 “역곡북부시장과 역곡남부시장이 같이 있다 보니 고객들이 인식을 잘 못 하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30년 이상 쓴 북부시장이라는 이름보다 5년밖에 안 쓴 상상시장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무엇보다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는 “보통 시장 하면 카트 끌기도 힘들고 다니다가 여기저기 부딪히곤 하는데 우리 시장은 길도 널찍하고 물건이 튀어나와 있지도 않다”며 “기본 인프라 구축이 돼 있어야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근 대형마트가 쉬는 날 다트게임 등 이벤트를 벌이고 고객문화센터에서 노래교실, 요가교실 등을 열어 주민들을 시장으로 들어오게 했다. 주말과 야간에는 세미나실을 오픈해 향우회나 각종 동호회 모임장소로 제공했다. 그러자 신규 고객이 꾸준히 유입됐고 충성고객도 늘어났다. 대형마트에 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린 것이다.

 

남 회장은 “대형마트를 솔직히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뒤처지지 않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만화특화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상인회 자체적으로 만화도시로 유명한 일본 돗토리현을 방문했다. 여기서 세계적인 만화특화상점가인 사카이미나토시의 시게루로트 상점가 및 코난박물관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남 회장은 만화시장이라는 특성을 더 살릴 수 있도록 많은 구상을 하고 있다.

 

그는 “포토존을 설치하고 아케이드 위쪽에도 캐릭터 디자인을 넣을 생각으로 작가 10명을 확보해 최근 협의를 마쳤다”며 “화장실도 상상시장만의 개성을 보여주도록 리모델링하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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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를 찾아라

■ 목우촌웰빙마을청춘옥… 무더위에 ‘한방 영양죽 삼계탕’ 딱이네~

목우촌웰빙마을청춘옥의 대표메뉴는 ‘한방 영양죽 삼계탕’(1만3천원)이다.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한 이 메뉴는 일단 까만 국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한입 떠먹으면 한방 약재의 깊은 향이 느껴지고 그 다음부터는 콩국을 먹는 듯한 고소함이 입안에 감돈다. 엄나무, 황기, 천궁 등 26가지 한약재를 우려낸 국물에 흑임자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찹쌀밥이 닭의 뱃속이 아니라 밖에 나와 있다는 것이다. 윤숙희 사장(64)은 “닭 안에 밥을 넣으면 얼마 못 들어간다. 배부르게 드시라고 찹쌀, 녹두, 흑미로 밥을 지어 따로 넣는다”고 말했다. 윤 사장이 직접 효소를 담가 만드는 김치와 장아찌는 삼계탕의 맛을 한층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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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두깨칼국수… 쫄깃한 면발·얼큰한 국물 ‘일품’

“이 홍두깨로 칼국수를 만들면 쫄깃한 면발은 반찬투정하는 아이들의 입을 가득 채우고 얼큰한 국물은 입맛 없는 노인들 혀에 찰싹 감깁니다”

 

365일 문을 닫지 않는 홍두깨 칼국수는 홍두깨로 국수를 밀고 뽑아내는 작업대를 가게 전면에 배치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홍열 사장(58)은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국수 반죽을 만든다. 24시간 숙성한 뒤 홍두깨로 밀어낸 국수는 기계로 미는 것보다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해진다. 한 그릇에 3천500원으로 부담없는 가격에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다. 여름 인기메뉴 콩국수도 직접 콩을 삶아 맷돌로 갈아내면서 요즘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오로지 국수 한 가지로만 승부해온 것이 맛집으로 자리잡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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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선활어수산… 싱싱한 회·회덮밥 입에서 살살~

만선활어수산의 이귀례 사장(58)은 상상시장으로 온 지 5년 남짓 됐지만 인근 역곡역에서 15년간 횟집을 운영하며 주민들에게 인정받아 왔다. 곁들임 반찬을 줄이고 광어와 우럭 등 회에만 집중해 2만 5천~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회덮밥, 물회, 생우럭탕, 알탕, 동태탕 등 6천 원대의 점심 특선 메뉴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날이 더운 요즘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물회다. 쫄깃한 식감의 간재미에 미나리, 오이, 양파 등 갖은 채소, 이 사장의 비법이 담긴 양념장이 어우러져 새콤달콤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이 사장은 “일단 맛은 기본이고 손님들과 편하게 대화하며 정을 쌓다 보니 단골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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