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Q&A] 자녀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예전과 다른 매력적인 직업… 게임실력 현주소부터 확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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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학생 3학년 자녀가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성적이 중요한 시기인데 공부는 하지 않고 프로게이머를 한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됩니다. 공부하기 싫어서 핑계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요?

 

A. 예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게임의 인기와 e스포츠의 위상이 발전하며, 프로게이머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 되었습니다. 최고의 선수들은 수억대의 연봉을 받고,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또 수명이 짧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e스포츠에서 의미 있는 커리어를 쌓아두면 그 기간에 특정 직종들에서 얻게 되는 경력과 필드경험 등을 훨씬 뛰어넘는 아주 유리한 위치에서 제2의 직업, 인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방송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나 혹은 게임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 프로게이머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 역시 아주 치열한 경쟁 구도라는 것은 명심 해야 합니다. 어설픈 재능과 노력과 근성은 빛을 보기 어렵고, 결국 조연으로 극을 마무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프로게이머로 성공을 거두는 일을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리스크를 자녀에게 설명해줘도 대부분은 수긍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하지 마’인 거지 ‘왜 할 수 없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진행하려면 먼저 ‘공감’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좋아하고, 하고 싶다고 하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과 게임 시장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멋지고, 또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며 게임이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구나. 네 덕분에 그걸 알게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제 함께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먼저 자녀의 게임 실력에 대한 현주소 확인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등급’이 있습니다. 게임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 등급을 통해 객관적으로 그 사람의 게임 실력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소(정말 최소) 상위 1%가 되어야만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아직 그 등급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제안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실적으로 하루에, 혹은 어느 정도의 기간에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면 자녀가 그 1%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대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한을 정하고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한 동안 자녀가 게임에 집중하고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게임 ‘만’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자녀가 정말 게이머를 원하는지, 그럴 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 스스로 시험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녀의 태도 또한 달라질 것입니다.

 

자녀가 정말 목표등급을 달성한다면 진지하게 다시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진로 설계를 부모님과 함께 해보면 되고, 자녀가 게임등급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게임을 도피처로 인식했음을 확인하거나, 스스로 재능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했음을 수긍하게 되는 과정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몰입하는 시간이 쓸데없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자녀가 얻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능력입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고 선택하고 노력하는 시간은 자녀에게 한 마리의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강한모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청소년상담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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