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자 늘고 3D업종 기피 고정관념 깬 ‘도전정신’ 필요
“중소기업은 별로라고요? 생각보다 높은 초봉과 풍부한 현장 경험 가능성을 보고 취업을 결정했습니다”
김포 소재 한 금속 제품 중소제조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A씨(29)는 지난해 12월 이 회사에 입사했다. 대기업 수준은 아니지만, 초봉이 3천500만 원으로 구직자 희망연봉보다 높은데다 사내 복지 여건도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업무에 대한 경험이 필요해 경쟁률이 높은 대기업 대신 곧바로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며 “7개월여 동안 잘 적응해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관련 공부도 병행하면서 전문성을 키워나가 향후 창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A씨처럼 대기업만 고집할 게 아닌 일찍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중소기업에 취직해 꿈을 키워나가는 청년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고학력자가 넘쳐나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ㆍ공무원을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화이트칼러에 대한 고정관념 등으로 자발적 실업을 택한 청년들이 많다는 게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B씨(29)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5년째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지만, 번번이 낙방을 면치 못하고 있다. B씨는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다고 믿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시험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실업률은 10.5%, 체감실업률은 23.2%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쉰다’는 인구는 195만 1천 명으로 집계됐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 7천 명(5.8%) 증가했다.
이처럼 꺾이지 않는 청년실업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청년들이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이른바 ‘3D 업종’ 기피 현상에서 기인한다. 청년구직자들의 높은 취업 눈높이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성인으로서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취직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으로 양육된 점도 취업 기피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요인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장기 공시생과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 ‘그냥 쉰다’는 청년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에 사회경제학자들은 사회적ㆍ경제적 상황을 직시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적극성과 도전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일한 인력의 동일한 취업희망으로 인력수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청년들의 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권혁준ㆍ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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