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8. 수원 영동시장

200년 전통과 28청춘의 만남… 환상의 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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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정오께 찾은 수원 영동시장.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아케이드 내부는 냉방기가 가동되고 있어 쾌적했다. 한쪽에는 앙증맞은 아동한복이 저마다 색을 뽐내며 시선을 끌었고 길목을 돌아 나가자 시원한 여름바지를 가운데 놓고 상인과 고객의 흥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2층에 자리한 28청춘 청년몰 푸트코트는 점심을 먹으러 온 이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작은 공방에서는 젊은 사장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영동시장은 그렇게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젊은 활기가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200년 전통의 경기남부 최대 시장

수원 영동시장은 지난 1919년 시장등록을 해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실제 탄생은 정조대왕 시절인 17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무려 2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수원 화성 팔달문과 가까운 위치(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에 자리 잡고 있어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관광과 전통시장 체험을 함께 즐기기 좋은 명소다. 부지면적 6천656㎡에 매장면적 8천689㎡로 경기남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이며, 300여 개의 점포에서 주단, 포목, 커튼, 수예, 의류, 패션잡화, 생활잡화 등 다양한 품목이 판매되고 있다. 이 중 한복점포가 40여 개로 한복특화시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때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영동시장은 수원지역에 하나둘 조성되는 새로운 상권에 밀려 점점 활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65세를 넘는 점포주 평균연령, 주요 취급품목은 한복과 이불.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식당 하나 없다는 점은 시장의 쇠퇴를 가속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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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몰

■28청춘 청년몰 개장으로 젊은 시장으로 탈바꿈

그러던 영동시장은 지난해 7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중기청 지원사업에 공모, 2층 660㎡의 유휴공간에 28청춘 청년몰을 조성하게 된 것. 혈기왕성한 ‘이팔청춘’ 젊은이들이 28개 점포를 운영해 전통시장을 젊고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탈바꿈시키자는 바람을 담아 ‘28청춘 청년몰’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국비 7억 5천만 원, 시비 6억 원, 영동시장 자체 지원금 1억 5천만 원 등 15억 원이 투입됐다. 한쪽에는 푸트코트가 있고 도자기나 작은 소품을 만드는 공방들과 빵집, 커피숍, 벽화거리도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이 중 트렌디한 메뉴의 9개 점포가 입점해 있는 푸드코트는 새로운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 내 음식점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득이 됐다. 입점 시 기존 상인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이 없었고 그들 또한 고객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9세 미만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장에는 젊은 피를 수혈하는 상생모델은 경기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됐다. 

이제 영동시장은 살거리 뿐만 아니라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가보고 싶은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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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관 영동시장주식회사 대표이사

“시장 옥상에 게스트하우스… 수원관광의 허브”

영동시장 상인회장이자 영동시장주식회사의 CEO이기도 한 이정관 대표(57)에게 영동시장은 고향과도 같다.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이 이곳에서 한복장사를 하셨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그는 운명처럼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창 장사가 잘될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며 대를 이어 한복집을 운영하게 됐던 것. 한복집의 20대 사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2006년 전무로 재직 당시에는 전통시장 상인조직 활성화에 대한 논문으로 대학원 석사학위를 받기도 하는 등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과 상인회의 발전에 수십 년간 매진해온 공로로 그는 지난해 10월 ‘2017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국무총리 포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이 대표는 “50년 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현대화하고 냉난방시설을 설치한 것, 청년몰을 유치한 것 등이 가장 뜻깊은 성과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많다. 국내 한복시장의 흐름이 맞춤에서 대여로 변화하고 있을 때 한복특화시장으로서 그 주도권을 잡지 못한 것이다. 그는 “대여서비스를 시작하려면 공간이 넓어야 하는데 점포들이 작아 불가능했다”며 “그래서 지금 청년몰 자리에 수백 평 규모의 대여점을 만들어 공동운영해보자고 제안했지만 변화를 원치 않는 일부 상인들의 반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영동시장을 명실상부한 관광명소로 만드는 것이다. 시장 옥상에 게스트하우스와 공연장, 바비큐존을 만들어 수원을 찾은 외국인들이 시장에서 묵으며 마음껏 먹고 노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영동시장이 수원화성에 왔다가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수원관광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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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를 찾아라

■“장사 잘 되면 결혼하기로 했어요”…연인이 만드는 ‘도레미 파스타’

-도레미 파스타에는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연인 사이인 박찬우씨(36)와 강민정씨(29)가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 이곳의 인기메뉴는 매장에서 직접 끓인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가 어우러진 로제파스타다. 그중에서도 새우로제파스타는 탱글한 새우의 식감과 부드러운 소스, 버섯, 브로콜리 등 각종 채소가 어우러져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비트로 색을 낸 핑크크림파스타도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여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7천700원에서 1만 3천 원까지 일반 레스토랑보다 가격은 다소 저렴하지만 최상의 재료를 공수하고 있다는 박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 장사가 잘 되면 결혼하기로 했는데 내년에는 약속을 지키게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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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맛있는 집밥…유유식당

-‘유나니가 하는 유난히 맛있는 집밥’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유유식당의 이윤환 대표(33)는 “우리 가게에 한번도 안 온 손님은 있지만 한번만 온 손님은 없다”고 말한다. 불향가득한 고추장닭갈비 정식, 숯불갈비맛의 간장제육정식, 매콤달콤한 고추장제육정식에는 밥과 미역국, 양배추샐러드 등이 포함돼 한끼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하루 20장만 한정판매하는 ‘유유돈까스’는 국내산 1등급 암퇘지와 생 빵가루, 직접 과일을 갈아 만든 소스로 아이들에게도 인기메뉴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저마다 다른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 유유식당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다”며 “음식에 정성을 넣는 게 인기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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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카레의 재탄생…‘시나브로 카레’

-한국식 카레를 표방하는 시나브로 카레의 김중수 대표(33)는 직접 일본에서 카레를 공부해올 정도로 열혈파다. 일본카레와 인도카레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이곳만의 독특한 메뉴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전통떡갈비가 올라간 야채카레와 계란후라이, 모짜렐라 치즈가 어우러진 뚝배기치즈카레. 뚝배기카레는 오븐에 구워 만드는 일본의 ‘야끼카레’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모두 직접 개발한 메뉴들로 카레를 즐겨 먹지 않는 중장년층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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