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전통 고스란히 간직… 명성만큼 편안한 시장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은 생필품, 잡화, 식료품을 사는가 하면, 장을 보고 시장 내부에 설치된 공영주차장에 대 놓은 차에 물건을 바쁘게 싣는 등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활발한 기운을 풍겼다.
수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광주 경안시장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도 도민들과 함께하며, 미래에도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 자연스러운 현대화를 바탕으로 매력있는 시장으로 거듭나다
광주 소재 경안시장은 과거 조선시대부터 5일장을 통해 자연형성된 시장으로 지난 2005년부터 상인회가 발족하면서 현대적인 시장의 모습을 갖췄다. 6천622㎡(약 2천 평)가 넘는 부지에 80개 이상의 점포가 들어와 있어 적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데다, 5일장이 열리면 기존 점포를 포함해 150여 개의 가게가 문을 열어 손님맞이에 나선다.
5일장이라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화 작업에 소홀하지 않았다. 지난 2005년 상인회가 출범하면서 현대화 사업에 돌입해 2009년 아케이드 설치를 포함한 시장 정비가 이뤄졌다. 이때 들어간 예산은 20억 원 이상으로 시에서 추경까지 하면서 시장 현대화에 적극적인 도움을 줬다.
시의 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시장 내에 차량 215대를 주차할 수 있는 3층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80억 원을 들여세웠다. 이때 주차장 건설비는 모두 시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덕분에 경안시장뿐만 아니라 인근 상권의 활성화에도 이바지했다.
■ 볼거리 많은 시장으로의 진화는 계속된다
경안시장은 시와의 콜라보가 이뤄진 덕에 현대화로 시민 유입에 성공했지만 이에 머무르지 않고 각종 이벤트로 시장의 개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상인회 출범과 동시에 진행한 ‘장터거리축제’는 매년 가을마다 열리는 행사로 2~3일간 시장 상인들이 할인된 가격에 가성비 넘치는 물건을 선보이며, 가수들을 초빙해 길거리공연까지 열어 손님맞이에 나서왔다.
아울러 매달 지역 내 동호회와 연계해 길거리 악기 공연과 기타 볼거리가 많은 행사를 개최해 매력만점 경안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경안시장의 변화 배경에는 최현범 상인회장(70ㆍ경안시장)의 뒷받침이 있었다.
광주에서 태어나 학업까지 모두 마친 그는 ‘광주 토박이’로서의 사명감을 바탕으로 상인회가 출범한 첫해부터 지금까지 14년째 상인회장 일을 맡고 있다.
과거에는 경안시장 상인의 자녀였지만, 이제는 그도 한 사람의 경안시장 상인으로서 매일 시장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4년간 시장 현대화에는 극적으로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시장의 개성을 살리는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들 못지않게 트렌드 파악에 노력해 경안시장을 광주의 가장 큰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탁기자
“시장 제2도약 키워드는 젊은고객 유치·먹을거리”
“경안시장의 역사를 보고 느끼고 겪어왔던 사람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시장을 발전시키겠습니다” 15년간 경안시장을 떠났던 한 상인은 경안시장을 살리고자 다시 돌아와 시장의 역사가 됐다.
최현범 상인회장은 광주 출신으로 초중고를 모두 광주에서 졸업한 ‘Made In 광주’ 상인이다.
과거 15년간 서울에서 중고차 판매업에 종사한 기간을 빼면 그는 한 사람의 경안시장 상인의 가족으로서, 경안시장 상인으로서 살아왔다.
지난 2003년 경안시장에 돌아온 그는 부모님의 잡화점을 물려받아 현재 가방과 모자를 파는 ‘가방나라 ’패션상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인회장으로서도 14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늘 일에 미쳐 있지만 그 일이 장사가 아니라 시장 발전 방안이라는 점에서 그의 시장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시장 현대화를 위해 꾸준히 시와 대화를 하며 시설 구축에 앞장선 이도 그였고, 야시장을 꾸리고자 목포 남진야시장과 창원 상남시장까지 방문해 현재 경안시장에 LED 등을 대거 설치하는 등 시장에 개성 있는 요소를 매번 갖고 오는 이도 그였다.
최 회장의 시선은 ‘젊은 층’과 ‘먹을거리’라는 키워드에 향해있다.
이미 젊은 층을 끌어들일 만한 시설 요인들은 다 갖춰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장에 먹거리가 빈약해 자칫 잘못하면 볼거리만 많고 내실은 없는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새로 입주하는 상인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요식업 가게를 열 것을 권하는 등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조성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은 “야시장 구축 및 먹을거리 가게 확보 등 갈 길이 멀지만 젊은 층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발전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권오탁기자
■‘38년 차 떡 장사’…베테랑 부부가 함께하는 ‘경안떡집’
-조연순 경안떡집 대표(60)는 지난 1981년 남편인 김장석 대표와 결혼한 이후로 38년째 떡 장사에 여념이 없다. 백설기, 꿀떡, 절편 등등 100여 가지 종류의 떡들을 맛보러 하루에도 100여 명이 넘는 손님들이 오가고 있다.
사업 초반에는 너무나도 생소했던 떡 제조방법에 실수도, 좌절도 많이 했지만 현재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타지역에서도 조 대표의 떡 제조 솜씨를 배우러 올 정도다.
조 대표는 “장사 초기에만해도 이 정도로 떡 장사를 오래할 줄은 몰랐다”며 “곧 떡 장사를 시작한 지 40년이 되는 만큼 천직이라 생각하고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회가 생겨나기도 전인 20년 전부터 ING 의류가게를 시작한 이홍재 대표(63)는 이날도 손님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소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대표는 중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까지 사로잡고자 매일 새벽 서울 동대문과 남대문으로 출근해 캐주얼한 옷을 받아오고,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최근 의류 트렌드를 논하는 등 깨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루에도 시장을 오가는 20~30대 손님들이 한 번쯤은 들러서 옷을 입어보고 갈 정도니 그 인기를 가늠할 만 하다.
이 대표는 “패션업계 특성상 이 정도 나이대 상인이 가게를 꾸준히 꾸려나가기는 어렵지만 계속해서 트렌드 파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족발 드셔 보고 가세요”…20년째 시장 손님들의 입맛을 책임진 ‘광주족발’
-“기본에 충실한 게 롱런의 비결인 것 같아요”
양인석 광주족발 대표(58)는 이날 찜통에서 꺼낸 족발을 썰어내 손님에게 건네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족발뿐만 아니라 튀김, 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음식 장사를 해봤지만 현재는 족발 장사만 10년째 하고 있다며 ‘족발 홀릭’임을 자처했다.
성공의 비결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라며, 이색적인 육수나 재료 투입보다는 족발은 족발 본연의 맛을 가장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며 ‘족발 철학’도 덩달아 강조했다.
양 대표는 “튈 자신이 없으면 기본에 묵묵히 충실하자고 생각한 게 롱런의 이유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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