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가계부채, 내수 전부 위기
통일 목소리에 경제 목소리 사라져
대통령이 경제 책임∙역할 강조해야
도대체 ‘깽판 쳐도 좋은 나머지’는 뭐였을까. 아마도 ‘경제’는 분명히 그 ‘나머지’에 포함됐을 듯하다. ‘통일’과 맞바꿔 말할 가치라면 ‘경제’ 쯤은 돼야 어울린다. 그렇게 풀어서 지금에 대입하면 이렇다. ‘남북 대화를 잘하고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를 깽판 치면 안 된다. 경제는 잘 챙겨가고 있나.’ 언제부턴가 신문 1면에서 사라진 경제다. 공교롭게 1차 남북 정상회담 즈음부터다. 어렵사리 경제면을 뒤져서 지표를 봤는데…, 아주 안 좋다.
일자리 창출이 뭔가. 문 대통령의 취임 일성이다.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도 설치했다. 그랬던 일자리가 지금 위기다. 지난 3월 실업률은 4%로 0.4%p 높아졌다. 17년 만에 최고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잘 나간다. 독일은 1990년 10월 이후 최저다. 프랑스는 2009년 이후 최저다. 미국도 17년 만에 최저다. 한국만 17년 만에 최고다. 실업률이 악화된 건 한국과 스웨덴뿐이다. 세계와 완전히 거꾸로 가는 한국의 일자리 지표다.
가계 부채와의 전쟁. 이것도 문 대통령의 핵심 약속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의 숨통을 조였다. 이것도 위기다. 1분기 가계 빚이 1천468조원이다. 전분기 가계 빚보다 17조2천억원 늘었다. 사상 최악이다. 여기엔 실정(失政)의 책임까지 엿보인다. 주택담보대출만 냅다 누르다 보니, 고금리 가계대출이 증가했다. ‘풍선 효과’ 부작용이다. 고금리 가계 대출은 길바닥에 나 앉기 딱 좋은 빚이다. 이게 400조원을 넘었다는 얘기다. 큰일이다.
효자라던 수출까지 이상해지고 있다. 18개월 동안 증가세였다. 그러던 게 4월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4월 대비 -1.5%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위로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지적은 다르다. 지속적 마이너스의 경고라고 말한다. 수출의 반대 축, 내수는 더 심각하다. 가구ㆍ침대ㆍ통신 등 내수 1위 업종의 매출까지 감소하고 있다. 내수 침체 지표의 마지노 업종들이다. 수출과 내수의 동시 추락, 경제엔 최악의 지표다.
때마침 주목되는 발언이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1만원 연기’를 말했다. 2020년 목표를 ‘신축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비슷한 말이 또 있다. 여당의 홍영표 원내대표가 ‘속도 조절하자’고 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은 문 대통령 공약이다. 겁 없이 거기에 제동을 건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였다면 큰 일 날 소리다. 당장에 문책이 날아들 수 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두 사람이다. 그런데도 굳이 했다. 왜 그랬겠나.
현장의 소리를 들은 거다. ‘다 죽겠다’는 제조업계 아우성을 들은 거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에 제조업계가 질식하고 있다. 원가 인상, 일손 부족에 대책을 못 내고 있다. 이 고통을 경제부총리, 여당 원내대표가 말한 것이다. 그랬으면 토론하고 대책을 고민하는 게 순서다. 그런데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 온통 통일 토론만 있고, 통일 대책만 있다. 김 부총리에 돌아온 건 비난뿐이다. “‘감’만으로 대통령 역점 사업에 발목을 잡는다.”
15년 전 구문. 설마하니 ‘경제는 깽판 치자’고 한 소리였겠나. ‘통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소리였을 것이다. 그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다. 남북 대화는 아주 잘 가고 있다. 그런데 경제가 문제다. 열화와 같은 통일의 광풍 뒤로 밀려났다. 거기서 사정없이 뒤뚱거리고 있다. 지표는 빨갛고, 경고가 줄을 잇는다. 이대로 두면 안 된다. 대통령이 한마디 해야 한다. ‘통일’에 기웃대는 주변 경제팀에 경고해야 한다. 15년 전처럼 투박해도 괜찮다.
“이러다가 경제 깽판 칠 겁니까. 통일은 대통령이 챙길 테니 당신들은 경제나 챙기세요.”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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