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꼬불꼬불

강의 곡선은 어머니 포용과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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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 최영재

강은

그냥 곧게 흐르면

맘 편하고

훨씬 빠를 텐데

왜 꼬불꼬불 돌아가지?

장마철 모래톱 바위는 굳건히 서 있는지

나무와 폭풍은 이제 사이가 좋아졌는지

산새들은 여전히 알을 품고 있는지

휘휘 둘러보느라

강물은 요리조리

꼬불꼬불 돌아서 간다.

직선으로 흐르는 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구불구불 흐르든지, 꼬불꼬불 흐르든지 곡선으로 흐른다. 그렇게 흘러야 강이다. 강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곡선미(曲線美)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곡선은 아름다움에만 그치지 않고 세상과 세상을 끊임없이 연결시켜 준다. 곡선으로 이어지는 저 수많은 길들, 길 위를 달리는 저 바퀴들.

 

최영재 시인은 강이 지닌 곡선의 의미를 동심의 눈으로 잘 풀어 놓았다. 강은 ‘모래톱 바위’, ‘나무와 폭풍’, ‘산새 알’ 등을 둘러보느라 직선을 마다하고 꼬불꼬불해졌다고 썼다. 이 얼마나 기발한 발상인가! ‘꼬불꼬불’은 단지 통로로서의 의미만 갖는 게 아니다. 만나는 것들을 몸으로 핥고 끌어안는 ‘포용’의 의미가 훨씬 더 크다.

 

그러고 보면 강은 어머니의 마음을 닮았다. 어머니가 아기를 품에 안 듯 땅의 구석구석을 품에 안으며 흐른다. 시인은 이를 ‘휘휘 둘러본다’는 말로 표현했다. 이 또한 어루만지고 보듬어주는 시인만이 지닐 수 있는 언어법(言語法)이다. 시인은 같은 언어라 할지라도 격하거나 모난 언어 대신 순한 언어를 택한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순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5월은 마음속에 ‘시 나무’ 한 그루 심는 달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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