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물 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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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웅덩이

  - 홍오선

아무도 찾지 않아

춥다고, 외롭다고

산속의 웅덩이가

달님께 기도합니다

달님이

구름을 헤치고

밤새 지켜줍니다.

“네 안에 내가 있지?

나를 꼭 안아보렴

누군가를 사랑하면

가슴이 따뜻하단다.”

웅덩인

가슴에 가득

달님을 안습니다.

외아들로 자라서인지 난 어릴 적부터 외로움을 많이 탔다. 가슴에 무엇이든 담지 않고서는 하루도 견디기 어려웠다. 그것이 밤하늘의 별이든, 들녘의 풀꽃이든 상관없었다. 사춘기로 접어들어서는 그 대상이 이성異性으로 바뀌었고 외로움과 그리움은 나이 든 오늘날까지도 나를 놔주지 않고 있다. 홍오선 시인의 ‘물웅덩이’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아!”했던 것도 그 때문이리라. ‘아무도 찾지 않아/춥다고, 외롭다고//산속의 웅덩이가/달님께 기도합니다’. 외로운 웅덩이는 밤하늘의 달님에게 하소연한다. 그러자 달님은 밤새 웅덩이를 지켜주며, 네 안에 내가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면/가슴이 따뜻하다.’고 말해준다. 홍오선 시인은 바로 이 말을 하기 위해 웅덩이를 소재로 삼았다. 여기에다 사랑의 대상을 밤하늘의 달님으로 정했다. 물 웅덩이와 밤하늘의 달은 서로의 처지부터가 다르고 거리상으로도 까마득하다. 여기에 바로 시인의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것이다. 진실로 아름다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다만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영원한 사랑이며, 고단한 삶의 위안이며, 행복이 아니냐는 것. 봄밤에 읽으면 더욱 좋은 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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