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발 없는 미세먼지 대책

정부가 6개월 만에 내놓은 미세먼지 보완대책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도로 물 뿌리기,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대기배출사업장 단축운영 등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다.

숨쉬기조차 힘든 판국에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도 이를 의식했는지 다음날 ‘국민이 코에 미세먼지가 들어가 숨을 못 쉬겠다는데 왜 발전소 얘기만 하느냐’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관계부처에 질책했다.

국민이 보기에는 한 편의 코미디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을 믿을 수 없고 대중교통 요금면제 같은 일시적 전시행정에 실망한 국민은 각자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까지 생각하는 젊은 엄마도 많다. 지금 우리 정부는 중국처럼 차량 전면 2부제, 공장폐쇄, 노후 경유차 폐차 등 강력한 대책을 밀자니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반발과 불편이 예상되고 안 하자니 욕먹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게다가 미세먼지의 원인과 비중에 대해서도 정확히 국민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다. 무슨 곤란한 이유가 있는지 몰라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정부 대책에 아쉬운 점은 단기와 장기로 나눠 급한 것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우왕좌왕하고 있는 점이다.

우선 당장 석탄 화력과 경유 자동차만이 아니라 사각지대인 소형사업장과 노천소각 등 생활 가까이 있는 배출원을 포함해야 한다. 비산 먼지도 문제다. 각종 공사현장의 먼지는 조금만 관심을 보여도 해결할 수 있는데도 지자체가 손 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알리기 위해 온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 국무위원에게 미세먼지의 중국요인을 강조하면서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국내 미세먼지의 배출량부터 정확히 알아야 중국에 감축을 요구할 수 있다. 환경부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비중이 오염이 심할 때 60∼80%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무슨 근거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속 시원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는 중국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4년 만에 32%를 줄인 것으로 발표했다. 사회주의 국가답게 공장 강제 폐쇄, 경유차 강제 폐차, 심지어 일부 학교 난방까지 중단시키는 극약 처방의 효과다.

막연히 중국 책임론만을 주장해 시간을 끌어봤자 우리만 손해다. 바람과 공기는 국경이 없어서 중국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발 서풍(西風)만 불지 않기를 바라는 정책으로는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 미세먼지 오염 원인과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과 대책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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