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5. 30여년간 시민과 함께… 군포 ‘산본시장’

쇼핑·문화 그리고 넘치는 情… 상인·시민 ‘행복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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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본시장 추석맞이 어울림축제
미세먼지가 몰아친 지난 18일 오후 1시께. 지하철 1호선 금정역 6번 출구 앞에는 저마다 일로 모인 사람들이 즐비해 장사진을 이뤘다. 6번 출구에서 3분가량을 걸으니 군포 산본시장 입구가 나왔다. 2개로 나뉜 산본시장 입구 앞에는 장을 보러 나온 이들이 물건을 사고팔면서 전통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시장 안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토속적인 분위기와 상인들의 삶이 어우러지고 있었다.산본시장은 30년이 넘는 역사와 별개로 인근 1㎞ 거리에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이 있어 매년 상권을 위협받고 있지만 특유의 내실과 개성 있는 콘셉트로 전통시장에 어울릴 법한 생존력을 보이고 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33년 전통시장을 표방한다

산본시장은 지난 1985년 상설시장으로 개설된 곳으로 대지면적은 1만 1천166㎡(약 3천378평)이며 매장면적은 6천451㎡(약 1천952평)다. 인근에 2천644가구나 입주해있는 삼성래미안하이어스 아파트단지가 있고 금정역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왕래해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 

일 평균 이용 고객 수가 1천500명이 넘고 203개 점포에 630여 명의 상인이 시장을 꾸려나가 지난 2016년 총 매출액이 366억 원을 웃도는 등 규모와 명성은 이미 검증됐다. 하지만 단순 역사와 규모만으로 네임밸류 있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없었다.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시장ㆍ상인ㆍ시민들이 어우르질 수 있던 것이 ‘롱런’의 비결이다.

 

현재 산본시장은 분기별로 특가판매행사로 손님맞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연 2회 경축세일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에는 ‘2017년 추석맞이 산본전통시장 어울림 축제’를 개최해 지역주민들과 추석을 맞이해 흥겨운 문화축제를 진행하는 등 ‘함께하는 전통시장’이라는 콘셉트가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군포 산본시장 입구
군포 산본시장 입구

■‘깨끗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장

산본시장은 지난 2004년 자체 조합을 설립해 중소기업중앙회에 가입한 이력이 있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타 시장과 달리 시장 상인회가 아닌 ‘산본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 시장 운영에 나서고 있다. 당시 전통시장이 천장에 아케이드를 설치하려면 조합을 설립하고 중기중앙회에 가입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현재도 중앙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산본시장은 이때를 기점으로 시설현대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게 됐다. 지난 2006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약 214억 원 규모의 아케이드를 설치한 데 이어 약 3억 원 규모의 고객지원센터도 구축해 위생과 상인ㆍ시민들의 편의를 모두 잡았다.

 

특히 전통시장의 최대 난제가 ‘위생’인 만큼 매년 연평균 5~6차례 실시하던 방역작업을 지난해부터 연 9차례로 늘렸으며, 시장 이사회와 임원들도 매달 대청소에 임하는 등 위생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노후화된 소방ㆍ전기시설을 전면교체하고 1억 5천만 원을 들여 화재감지기를 203개 점포에 모두 설치하는 등 안전 문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조도가 낮아 어둡던 시장을 173개의 LED 등을 설치해 분위기도 쇄신했다. 특히 지난 2011년 배송센터를 설치한 데 이어 2016년부터는 시 지원을 받아 오토바이와 자동차 각각 한 대를 이용해 시장 내 상인ㆍ시민을 위해 무료배송에 나서고 있다.

김장곤 이사장(63ㆍ산본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은 “시장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곳”이라며 “상인들과 손님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시장 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살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시장 내부
살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시장 내부

권오탁기자

 

[인터뷰] 김장곤 산본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시민과 함께하는 시장 현대화로 편리한 시장”

“시민과 함께하는 시장 구축과 현대화 사업에 집중하겠다”

김장곤 이사장은 산본시장의 산 역사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원래 서울 가리봉동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했지만 지난 1987년 산본시장 탄생 초창기 때 입주해 현재에 이르렀다. 그만큼 산본시장의 과거를 알고 현 상태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산본시장맨’이다.

 

지난해 4월6일자로 제5대 산본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 이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LED 등 전면교체ㆍ노후화된 시설 교체ㆍ화재감지기 설치 등 현대화 작업에 착수했으며, 매년 4월 말에 열리는 철쭉축제행사기간에 경품 대잔치행사를 개최하는 등 시민들의 발걸음을 시장으로 향하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김 이사장의 남은 임기는 2년이다. 벌써 남은 2년 동안 시장의 발전 방안으로 청사진을 제시한 상황으로 주차시설 확충과 대로변 천막 정비 사업 등을 구상 중이다. 현재 산본시장은 시장 내에 이렇다 할 주차장이 없어 방문객들은 조합 사무실 뒤 편에 약 6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주차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가 인근에 있는 공간인데다 방치된 차량도 많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임기 내에 현대식 주차장을 짓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약 3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 진행하는 특성화 첫걸음시장 육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 인근 교통편이 좋고 인구밀집 단지에 30~40대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이사장은 “전통시장들은 최근 대형유통센터가 상권에 진입해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어 현대화 사업이 불가피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우리 시장만의 특색있는 장점을 살리는 것을 넘어서 지역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가 풍성한 시장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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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먹거리를 찾아라

■‘소문난 반찬가게’…40~50개 반찬 종류에 양도 푸짐

산본시장의 명소 ‘산마루찬방’은 개점한 지 1년이 채 안 된 반찬가게지만 벌써 방문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나물과 장조림 등 40~50개 다양한 반찬들은 이종인(56), 허선희(53) 대표가 매일 새벽마다 원재료를 직접 납품받아 손수 만든 음식이다.

 

일 평균 150명 이상이 다녀가는데다 1인 가구와 아직 아이가 어린 가구에는 반찬을 한두 숟가락 더 얹어주는 인심까지 어우러져 있다. 아울러 허 대표가 직접 만든 식혜도 가게의 명품이라면 명품이다. 가격대도 4~5천 원으로 한번 사면 최소 하루 이틀은 먹을 수 있는 양이라 1인 가구가 많아진 요즘 시기엔 최고의 반찬가게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997년 처음 산본시장에 들어와 완구, 신발가게를 거쳐 지난해 여름부터 반찬가게를 차렸다. 아직 사업경력은 짧지만 같은 자리에서 20년 이상 산본시장을 지켜온 만큼 단골들도 많아 장사할 맛이 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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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가 함께 만드는 이색 어묵…매생이에 톳까지 가득

비록 체인점이지만 산본시장 내 ‘새벽길 빨간오뎅’은 독특한 개성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단순 어묵, 튀김 등 분식 판매가 아닌 매생이 어묵에 톳 어묵까지 수제로 만든 이색 제품들을 선보여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모자가 1년 반 째 영업하는 이 매장은 포장 고객만 하루평균 200명이 오가는 등 시장 내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혹시나 해물과 분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산본시장을 방문할 때 ‘새벽길 빨간오뎅’ 매장을 방문하도록 하자.

 

권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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