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꿈꾼 세상’ 인문도시 여주서 꽃 핀다
세종이 재위 31년에 한 말로 큰 일을 당하면 두려움과 같은 엄중한 마음을 지니고 지혜를 짜내 일을 성사시키라는 뜻을 담은 말이다. 대사(大事)에 임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교훈을 준다. 이 말은 이달의 세종대왕이란 이름으로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 홈페이지에 걸려 있다.
여주시는 매달 세종의 어록을 발췌해 시민에게 알리고 있다. 여주와 세종대왕을 이야기하며 ‘영릉’을 중심에 뒀다. 여주는 더나아가 이제 세종의 인문정신을 본격적으로 입힌 정책과 문화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 세종의 사람 길러내는 교육… 세종의 ‘사가독서’ 여주에 꽃피워
세종의 업적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세종은 현명한 학자들이 모인 집이라는 뜻의 집현전(集賢殿)을 뒀다. 임금의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으로 유능한 인재들은 모여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집현전 학사들은 유교가 기반이 되는 정치 제도와 정책을 연구했다. 뿐만 아니라 성리학, 역사, 지리, 의약, 천문 등 다 분야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들의 업적 중 백성을 위한 것으로 우리식 학문 편찬을 꼽을 수 있다. 농업, 의학에 관한 책을 중국에서 가져와 그대로 쓰고 있었지만 조선 사정에 맞는 책을 발간해 백성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세종이 발탁한 인재들이 중심이 됐다.
여주시는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만들기를 추진하며 세종인문학 인재 배출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세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세종학 학술회의를 열고 세종을 다룬 책들, 통섭학으로서의 세종학, 한글, 세종리더십과 청년 등을 논했다.
더 나아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인문학 교육을 열고 있다. 보건소는 ‘세종의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올바른 식습관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세종대왕 아카데미 강좌를 통해 ‘세종과 인권’, ‘세종 리더십’, ‘여주시민 집헌전’ 등을 운영한다. ‘세종과 인권’은 여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펼쳐진 프로그램이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생명존중 정신에 초점을 두고 정신보건사업의 비전을 제시한다. 만성정신질환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변화를 도모해 다양한 지역 구성원이 함께 갈 수 있도록 꾀했다.
여주시민 집헌전 강좌는 세종에 대해 전반적으로 배워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인간 세종, 세종의 즉위와 정치, 국가 경영, 세종실록 등을 알아본다. 전문가 초청 특강을 통해 보다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또 흔한 교육프로그램이라도 세종과 연계해 시민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곧 아이가 태어날 가정을 대상으로 한 태교 프로그램이 그 예다. 지난해 여주박물관이 운영했던 ‘우리아이 세종처럼’이란 프로그램은 세종 탄신 620주년을 기념한 태교 교실이다. ‘우리 아이의 무병 장수를 기원하는 배냇저고리 짓기’, ‘부귀공명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민화 그리기’, ‘고전명언과 세종대왕의 어록, 태명을 캘리그라피로 써보기’ 등 세종을 입혀 특별함을 더했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세종인문 초ㆍ중ㆍ고 교재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유학기제 수업과 연관시켜 청소년이 지역의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청소년 세종 오락(5樂) 캠프’는 세종리더십을 주제로 또래들과 여러 주제를 이야기하고 활동하게 한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세종을 친숙하게 만나고, 배울 수 있게 구성했다.
올해 즉위 600돌을 기념해서 여주 박물관은 평소 관심을 갖기 힘든 ‘국왕의 즉위식’에 대해 알아본다. 국왕의 즉위의례, 역사, 상징, 기록, 국왕의 하루, 현대 의미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세종의 이야기를 문화 콘텐츠로 살려내다
세종대왕이 통치한 시기는 문화예술이 꽃피운 때이기도 하다. 세종은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임금이었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세종이 새해맞이 연주회에서 편경(국악기 중 타악기) 연주를 들었다. 세종은 “아홉 번째 소리가 음이 약간 높은 듯하구나. 어찌된 일인가?”라고 물었다.
이때 총 음악감독이었던 박연이 깜짝 놀라 직접 편경을 살펴보니, 아홉 번째 돌에 먹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박연이 직접 먹물을 갈아 없애니 음이 제대로 나왔다고 한다. 이렇듯 세종은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박연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잘 어울리는 악기를 만들고, 음악의 기준이 되는 표준음을 정해 실제 많은 노래를 작곡했다. 우리식 음악인 ‘신악’을 몸소 만들고 ‘정간보’라는 악보를 개발하기도 했다.
여주시도 문화를 귀히여긴 세종을 본받아 콘텐츠로 문화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도내 31개 시군 중 15번째로 문화재단을 출범시켰다. 세종인문도시 명품 여주를 지향하는 중점 기관으로서다. 여주세종문화재단은 올해 본격적인 문화예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술가 지원, 시민문화예술 활성화, 문화예술교육 등을 기획 중이다.
또 세종대왕 즉위 600돌을 기념해 특별한 공연을 기획했다. 바로 창작 뮤지컬 <1446>이다. 한글 창제, 인재 등용, 과학 기술 발전 등 세종의 수많은 업적보다 그 뒤 숨겨진 내면의 고통과 고민을 담아낸 작품이다. 웰메이드 창작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지난 2월에는 영국 웨스트엔드 앤드류 로이드 웨버 ‘The Other Palace’에서 워크숍과 리딩 쇼케이스를 가져 해외 성공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글디자인포럼을 열고 한글 산업화를 위한 방안을 논했다. ‘한글 디자인’의 정책적 연구를 지원한 것은 전국 지자체 중 여주시가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한글과 디자인, 세종대왕과 여주시를 연계한 도시환경 및 한글 산업화를 위해 진행한 연구를 발표했다.
포럼 회장을 맡은 한기웅 강원대 교수는 “세종대왕께서 여주에 영면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여주는 그 어느 도시보다 혜택 받은 도시”라며 “이번 포럼이 여주만의 산업을 한글과 세종대왕을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즉위 600돌 기념하는 세종대왕문화제…지역 대표 축제로 거듭날까
올해 ‘제1회 세종대왕문화제’가 오는 9월 15~19일 열린다. 세종대왕 즉위 600돌을 맞아 대규모로 준비된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학회, 외솔회,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 한글문화연대 등 주요 국내 세종대왕·한글단체도 함께 한다.
세종대왕 즉위일인 1418년 음력 8월10일을 그레고리력 기준 양력으로 환산해 날짜를 맞췄다. 세종대왕릉 원찰(願刹)이었던 신륵사 인근 여주도자기축제장에서 펼친다.
도내 지자체 중 수원화성문화제와 오산독산성문화제 등이 대표적인 관광 축제로 꼽힌다. 여주시는 첫 세종대왕문화제를 앞두고 다른 지자체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올해 세종대왕문화제는 단일 행사로 그치는 게 아니라 한글날인 10월 9일까지 행사를 이어간다. 세종대왕 주간을 잡아 여주시민의 날, 도전! 독서골든벨, 한글날 문화제, 각종 체육대회, 전시회 등을 꾸린다.
여주 세종대왕문화제가 여주 시민, 더 나아가 경기도민의 축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류진동,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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