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다하는 징검다리 같은 이웃 돌아볼때
- 김숙분
내가
누군가의 발이 될 수
있을까요?
-정말 힘든 일이에요.
시냇가로 나가 보세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모든 이의 발이 되려
잠시도 떠나지 않는
징검돌 다섯 개.
어릴 적 동네 냇물에 놓여 있던 징검다리는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폴짝폴짝 뛰어 건너는 재미는 그 어떤 놀이보다도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간혹 발을 헛디뎌 냇물에라도 빠지는 날엔 배꼽을 쥐고 웃고 또 웃었던 저 어린 날의 추억. 지금은 웬만한 시골에 가도 그런 풍경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아니, 어쩌다 그런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손 치더라도 아이들은 그런 재미를 모를 것이다. 김숙분 시인은 징검돌 다섯 개가 놓인 징검다리를 통해 삶의 깊은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다름 아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다. 여기에서 ‘징검돌 다섯 개’는 자기 자리에서 오로지 남의 발이 되어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다. 아니,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우리 주위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 자기 몸 하나로 여러 사람의 발이 돼주는 사람이다. 그것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를 가리지 않고 한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사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조금도 서운해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 우린 그들에게 다들 빚을 지고 산다. 오늘은 잠시나마 하던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어떨까. 나에게 발이 돼주고 있는 이에게 고마움의 목례라도 보내자.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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