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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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필자가 살고 있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공지문이 하나 붙었다.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더 이상 배출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민의 민원을 의식한 듯, 공지문 옆에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의 통보 공문이 함께 붙어 있었다.

 

집에서 재활용 쓰레기 배출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이 공지문을 본 순간 꽤 당황했다. 집에 들어가니 필자의 아내도 그 공지를 봤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하지만 환경을 전공했고, 환경 분야에서 20여 년 밥을 먹고 살고 있는 본 필자로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능한 한 빨리 상황이 변하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며, 집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어디에, 얼마나 더 쌓을 수 있을지 계산하는 정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상당한 무기력감과 분노가 일어났다.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이 지경이 되었는가. 그리고 이런 상황을 어떻게 불과 며칠 전에 통보할 수 있단 말인가.

 

다행히도 이 일은 금방 해결(?)되어, 이번주부터는 다시 플라스틱과 비닐을 분리배출 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의 가정에도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관련 기사에 따르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 이 문제는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비닐과 플라스틱을 포함한 모든 재활용 쓰레기를 다시 받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이렇게 모은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 자칫 애써 모은 재활용 쓰레기가 땅에 그대로 묻히거나 소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보도에 나오는 것처럼, 중국에서 전 세계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막았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재활용 업체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변동성을 받아낼 만한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부의 자원재활용 정책의 실패 때문일까. 이런 것들도 원인이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일회용품을 너무 많이 또 너무 쉽게 사용해서 수많은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 있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거의 갖지 않게 되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더라도 분리배출을 잘하면 된다는 일종의 면죄부가 있어서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잘 모르긴 하지만 분리 배출된 쓰레기는 잘 정리되고 처리되어 다시 온전한 제품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의 이런 생각과 다소 거리가 있다. 분리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는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쳐야 다시 사용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상당량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된다. 또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인력도 필요하다. 즉 재활용되는 과정에서도 크건 작건 환경에 영향을 주게 되기 때문에 애초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재활용 쓰레기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고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원인을 온전히 개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개인의 행동 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국가 수준에서 자원재활용 시스템을 다시 정비해야 하며, 이는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시민들도 정부가 묘책을 내놓을 것이라 기대하며 손 놓고 있기보다는, 보다 책임감 있는 소비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친김에 오늘 아침 출근길에 개인 컵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조성화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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