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임은 산더미인데 대우는 쥐꼬리 / 인천 통·이장制, 이대로 안 된다

통ㆍ이장의 업무를 현실적으로 보자. 민방위ㆍ적십자 회비 고지서를 일일이 배달한다. 미납 가정이 생기면 가가호호 방문해야 한다. 기초생활 수급자와 홀몸 노인 가구도 방문해야 한다. 반찬 배달하고 안전 챙기는 일이다. 행정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잡다한 문제도 모두 파악 대상이다. 이때의 문제란 끝도 없이 광범위하다. 어림잡아도 십수건의 필수 책임이 떠안겨 있다. 한 마디로 행정의 최일선 업무가 전부 맡겨 있다.

이런 통ㆍ이장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이해가 쉬운 것이 급료 또는 수고료다. 기본 수당으로 주어지는 돈이 월 20만원이다. 상여금 200%까지 모두 주어지면 24만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맘대로 올리거나 내릴 수 없다. 행정안전부 훈령(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운영 기준)으로 엄격하게 통제돼 있다. 그런데 이 훈령이 개정된 것이 2004년이다. 14년 전 결정된 수당이 지금껏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통ㆍ이장들 대부분은 금전적 배려에 목표를 두고 있지 않다. 본보에 심경을 토로한 어느 이장의 얘기가 더 없이 현실적이다. “많게는 300세대까지 담당하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 밥을 사드려야 할 때도 있는 데, 받는 돈(수당)은 밥값도 안 된다. 봉사라 여기기 때문에 일할 수 있다.” 그의 말대로 금전적 대가를 바란다면 통ㆍ이장은 할 수 없다. 지역을 위한 봉사와 희생정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게 통장이고 이장이다.

통ㆍ이장들의 업무가 늘어난 이유는 복지다. 보편적 복지 확대 이후 행정이 챙겨야 할 복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일반 행정 조직에서도 복지 업무 담당은 이미 극한 기피 부서가 됐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못 이겨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복지공무원들도 여럿이다. 이것이 사회 문제화되자 복지 분야 공무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데 그 업무를 떠안는 게 통ㆍ이장들임은 알려지지 않았다.

본보가 조사했더니 인천지역의 통ㆍ이장 공석 지역이 211곳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자진사퇴하는 통ㆍ이장도 많다. 그렇더라도 상황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주민센터 업무가 통째로 마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가 주장하는 대책은 단순히 수당 인상이나 처우 개선에 있지 않다. 통ㆍ이장이 조례로서 규정한 엄연한 행정 조직의 일부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없으니 지금 같은 상황에 온 것이다.

통장도, 이장도 공적인 업무와 제약을 받는 당당한 공무 집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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