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과 배려… ‘관계’에 대한 애정
- 오순택
너 없으면
어떻게 길을 가니.
고맙다 지팡이야.
할아버지 아니면
나는
누구와 함께 놀겠어요.
그렇구나.
너와 나는
참 좋은 짝꿍이구나.
“아침에는 네 발로 기다가 점심에는 두 발로 걷다가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은?” 어릴 적 동네 누나들이랑 수수께끼 놀이를 할 적에 난 이 문제를 풀지 못해 이마에 알밤을 먹은 기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문제의 해답이 ‘인간’이라는 것을 난 몰랐던 것이다. 수수께끼치곤 참 고약한(?) 수수께끼였다.
이 동시를 쓴 오순택 시인은 나와 같은 동갑내기이다. 그도 어느새 지팡이가 필요한 세월을 맞았다. ‘짝꿍’은 할아버지와 지팡이의 관계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관계가 아니라 친구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따뜻한 작품이다. “너 없으면/어떻게 길을 가니./고맙다 지팡이야.”, “할아버지 아니면/나는/누구와 함께 놀겠어요.” 이 얼마나 정겨운가. 친구는 기쁠 때보다 외로울 때 더 필요한 존재다.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사람, 그게 친구란 생각이 든다. 언젠가 노인대학 강의에 갔다가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곁에 있는 사람처럼 고마운 사람이 없다는 걸 느낀단다. 옳은 말이다. 내 곁에 있는 사람, 그게 바로 지팡이 같은 사람이 아닐까. 짝꿍은 초등학교 시절에도 있어야 하지만 노년엔 더더욱 필요한 존재란 생각이 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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