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김미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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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씨
   - 김미영

누군가

“김미영 씨.”

하고 부르는 순간

나도

한 알의 씨앗이었다는 걸

깨달았네.

채송화씨, 오이씨, 겨자씨처럼

지구라는 커다란 밭에

뿌려진

씨앗

알.

우린 모두 이름으로 존재한다. 박 아무개 씨, 이 아무개 씨, 정 아무개 씨…. 세상에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다. 요즘엔 개명을 하는 이도 있지만, 그건 일부 사람들에 해당되는 일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이름을 지니고 일생을 산다. 김미영 시인은 이를 ‘씨앗’에 비유했다. ‘누군가/“김미영 씨.”/하고 부르는 순간//나도/한 알의 씨앗이었다는 걸/깨달았네.’ 씨앗은 작다. 그러나 그 작은 것이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씨앗이 비로소 씨앗 값을 한 것이다. 우리들 인간도 씨앗과 다를 게 없다. 자기 이름값을 하기 위해 평생 땀을 흘린다. 누구는 학자로, 누구는 예술가로, 누구는 종교인으로, 누구는 의사나 상업인으로, 또 누구는 정치인으로...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름 석 자를 남기고 떠난다. 어떤 이름으로 남을 것인가는 오로지 각자에 달렸다. 위 동시는 ‘지구라는 커다란 밭에/뿌려진’ 씨앗 한 알인 나는 어떤 열매를 맺고 떠나야 할까를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비록 어린이를 대상으로 삼아 쓴 동시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야 할 시(詩)가 아닌가 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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