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는 불교 용어로 75분의 1, 0.013초에 해당하는 시간의 최소 단위로, 모든 것이 1 찰나마다 생겼다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생긴다고 한다. 계측 기술의 발달에 의하여 세밀한 계측이 이루어짐으로써 찰나의 승부에 대한 메달의 색깔이 바로 올림픽이다. 피니쉬 라인에서 초당 1만 장의 사진을 찍어 내어 순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록 계측 파트너인 오메가의 계측 기술은 올림픽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하였다.
스포츠에서 체력, 기술, 정신력의 싸움은 바로 시간의 싸움으로, 워낙 치열하다. 올림픽 기간 실제 경기 상황에서 기록이 똑같아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루지를 비롯해 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장면이 흔치 않으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달리 많았다. 차민규는 남자 스케이트 500m에서 34.42초로 1위인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 34.41초에 0.01초가 뒤져 메달의 색깔이 바뀌었다. 그 순간 “키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하는 말 한마디가 그가 말할 수 있는 안타까움의 최대 표현이다. 이동거리, 가속도 등을 배제하고 산술적으로 계산하여 본다면 0.01초 차의 길이는 키가 1㎝만 더 크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거리이다.
또한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스노보드와 알파인스키에 동시 출전해 금메달을 딴 체코의 에스터 레데츠카는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에서 1분 21초 11로 안나 파이트(오스트리아·1분 21초 12)를 단 0.01초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였다. 2위를 차지한 안나 파이트는 경기 후에 결과 보드를 한참이나 보면서 멍한 표정을 유지해 관중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였다.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경기에서는 0.01초가 같아서 공동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찰나는 기회의 순간인 동시에 놓침의 안타까움이 발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천금과도 같이 소중한 것이기에 찰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찰나를 위한 기다림과 승부를 향한 노력은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올림피언들의 공통점이다.
인생은 찰나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사진도 기록도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스위스의 조각가·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조각이든 그림이든 예술표현의 유전자인 몰입과 즉흥성을 발휘하여 자신을 황홀하게 만드는 순간인 찰나를 조각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즉 대상을 관찰하면서 그 대상이 전달하는 그 순간의 감각을 상징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그는 위대한 예술인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가. 역사는 찰나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무엇을 기록하고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스마트폰 기능 중의 하나가 카메라이고 이것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그리고 각종 SNS를 통해 남기는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다.
선수에게 0.01초나 일반 사람들에게 0.01초가 그 무게감의 차이는 있지만 소중함의 차이는 크지 않다. 찰나가 모여 순간을 만들고 순간이 모여 인생을 만들고 인생이 모여서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작은 시간이 소중한 시간의 시작임을 배운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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