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용목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의장

이명관 사회부장 mk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노동자와 기업, 함께 성장하고 신뢰하는 현장 구축”

▲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는 1961년 이래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경기지역 300만 노동자들을 대변해 왔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김용목 의장이 ‘노사갈등 해결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통하며 성장하는 경기지역 본부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는 1961년 이래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경기지역 300만 노동자들을 대변해 왔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김용목 의장이 ‘노사갈등 해결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통하며 성장하는 경기지역 본부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노조가 먼저 양보하면 이는 기업의 더 큰 양보로 돌아오고, 최종적으로는 상호신뢰가 쌓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를 통해 노조가 49만 가지고 51을 기업에 양보하는 지혜를 얻었습니다” 

지난달 22일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제13대 의장으로 취임한 김용목 의장(58)은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신뢰하는 ‘현장’ 구축을 첫 번째 목표로 꼽았다. 김 의장은 ㈜노루페인트 노조위원장과 경기 중부지역지부 의장, 12대 경기지역본부 사무처장을 역임한 ‘베테랑 노동운동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공공기관, 노조, 기업 등에 2천 번 넘게 강연을 다녔을 정도로 뛰어난 연설ㆍ강연실력도 갖췄다. 김 의장이 노사갈등을 해결한 사례들과 이를 통해 얻은 노하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호응이 좋다. 김 의장은 지난 1월24일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2018년도 정기선거인대회’에서도 전체 선거인 857명 중 721명이 투표에 참가해 찬성 701표, 반대 12표, 무효 2표 등 98% 찬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를 이끌게 된 김 의장은 노사갈등을 원만히 해결한 경험을 토대로 ‘기업이 오고 싶어하는 경기도, 노동자가 살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Q 노사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어떤 노동철학을 가지고 있나.

A 가장 핵심적인 철학은 ‘49대51’로 설명할 수 있다. 노동자가 49를 가져가고 기업에 51을 준다는 생각이다. 기업 없이 노동자가 있을 수 없고, 노동자 없이 기업이 살 수 없다. 

결국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노사가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 그 양보의 시작을 노조가 보여준다면, 기업은 노동자를 신뢰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조직력과 힘을 가진 노조가 먼저 한발 물러난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주)노루페인트에서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시절, IMF사태로 휘청거리던 사측의 30% 인력감축안을 받아들였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인력감축안을 받아들이면 조합원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게 되고, 이를 거부하면 회사가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당시 조합원들을 설득해 인력감축안은 받아들이되 사측에 경영정상화 이후 이들을 모두 복직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실제로 경영상황이 호전되면서 수년에 걸쳐 해고자 대부분이 회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큰 위험을 감수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흔들리지 않는 노사 간의 신뢰를 구축했던 계기가 됐다.

 

Q 올해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이 가장 뜨거운 노동이슈인데.

A 최저임금 1만 원은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가계생활과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현행 최저임금도 월급으로 따져보면 주40 시간 기준 157만 3천770원 수준에 불과하다. 소상공인들에게 있어 진짜 어려움은 높은 아르바이트비보다 점포임대료와 가맹점 가맹비 같은 것들이다. 또 높아진 임금을 바탕으로 소비가 늘어난다면 소상공인들의 매출 역시 장기적으로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인 7천530원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탈법과 편법이 만연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이 올라 기업을 경영하기 어렵다며 외국으로 떠나는 곳도 적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를 살리려면 단순히 임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높아지면 최저임금을 올려도 리스크를 상쇄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와 기업, 노동자에게 ‘생산성 향상’이라는 과제를 던져준 셈이다.

 

Q 한국의 노동 의제는 통상 서울이나 중앙조직을 중심으로 소비될 뿐, 지역에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A 큰 틀의 의제와 거시적 안목들은 노동운동의 발전과 노동자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노동현장에서 구체적인 문제해결 방법들을 제시하지 못하는 의제들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현장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과제들이 거시적인 안목으로 모아지고 거시적인 안목이 구체적인 방법으로 발현되는 과정들이 필수적이다. 중앙조직의 거시적인 안목과 지역의 미시적인 과제들이 결합돼야 한다는 뜻이다. 각 지역의 노동현장을 도외시한 중앙의 일률적인 사업하달은 조직의 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Q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경기도만의 노동 특성은.

A 경기도는 인구 1천300만 명으로 대한민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메가시티다. 지역 총생산 1위, 수출 1위이며 판교 등지의 테크노밸리를 갖춘 지식기반산업의 메카이기도 하다. 제조, 서비스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노동이 복합돼 있다. 간단하게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전국 어느 곳을 봐도 이처럼 대한민국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지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도만의 노동 특성인 동시에 노동운동에 있어 경기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Q 취임하면서 조직력 강화를 천명했는데 외연 확장도 중요할 것 같다.

A 내부 단결을 기본으로 소기업 또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유입을 가속화해야 한다. 또 기업들이 말하는 임금 또는 노동자 권리의 하향평준화가 아닌,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위해 단결할 것이다. 소외된 노동자들이 없도록 한 발 한 발 나아갈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곳곳에 흩어진 노동자들을 산별노조 내지 일반노조의 형태로 하나로 모아내는 방향일 것이다.

Q 임기 동안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A 재정 부분에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쳐야 할 것 같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도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노조들이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을 위한 요양병원과 노동자들의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병원 설립이 까다로운 국내상황에 비춰봤을 때, 산재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또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 많아 이들에게 재취업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사업이 필요하다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많다. 이를 위해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며 노동자의 복지와 노조의 재정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임기 동안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과 한국노총이 가진 역량을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수익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Q 앞으로의 각오는.

A ‘통합된 힘을 현장 속으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노조는 현장조직이다. 현장에 문제가 있고 답이 있다. 가능한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애로사항을 들을 생각이다. 이미 앞선 노조 선배들이 현장 속에서 훌륭하게 반석을 닦아 놓았다. 이 반석 위에 경기지역본부를 도약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다. 개인의 영달보다는 조직을 우선하는 리더가 되겠다. 무엇보다 조합원의 권리를 위해 민주노총을 포함한 도내 다양한 시민단체들과도 유대를 강화해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

 

대담=이명관 사회부장 / 정리=임성봉기자

사진=김시범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