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3. 50년 전통과 현대화 공존 ‘송탄시장’

깔끔한 시장통·넉넉한 정·다양한 체험 ‘쇼핑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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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혹독했던 한파가 물러날 조짐을 보인 지난 19일, 풀린 날씨 탓인지 평택 송탄시장엔 상인들이 저마다 입가에 웃음을 보이며 ‘장사삼매경’에 여념이 없었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 내부로 들어가기 전부터 약 500m 가량 상인들이 장사진을 이뤄 손님맞이 중이었고, 시장 내부엔 지난 2013년부터 진행된 현대화 사업의 영향으로 깔끔한 거리와 밝은 조명이 방문객들을 반겼다.

명절이 끝난 직후여서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을 법도 했지만 이날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적지 않아 상인들은 언제 휴업을 했었냐는 듯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 시설 현대화에도 전통 고스란히 간직

지난 1961년 개설된 송탄시장은 ‘아침시장’ 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해 1995년에 송북전통시장으로 개명한 데 이어, 지난해 9월부터 송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지난 1950~1960년대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평택시 인구가 급증하자 현 송탄시장 자리를 중심으로 농산물 직거래가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됐다. 현재 평택시 인구는 지난 1월 기준 48만 2천여 명으로 이 중 외국인 주민은 2만 9천여 명으로 적지 않은 편이다. 그만큼 시장을 찾는 외국인도 많아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송탄시장의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시에서 3억 원을 지원받고 시장 상인회에서 1억 5천만 원을 들여 아케이드 설치 및 환경 개선에 나섰다. 일반적인 아케이드와 달리 반투명 아케이드를 설치해 시장에 충분한 태양광이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고, 일방통행로에 CCTV를 설치해 ‘깔끔하지 않다’는 전통시장의 편견을 깼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3년간의 추진 끝에 주차장 확장 공사도 확정지었다. 당초 주차 가능 대수는 26대에 불과했으나, 오는 3월부터 확장 공사에 들어가 향후 약 60대까지 주차할 수 있게 됐다. 전통시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가 주차장 확보인 만큼 앞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더 많이 시장으로 이끌 수 있게 됐다.

 

현재 송탄시장의 규모는 1만 1천846㎡(약 3천584평)로 아케이드 밖에 자리 잡은 노점상들의 영역까지 포함하면 약 2만㎡(약 6천50평)로 140개 점포에 450명의 상인들이 자리 잡고 있어 향후 더 큰 발전이 기대된다.

 

시장의 현대화에 집중했지만 그 이상 전통 유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이름을 송북전통시장으로 바꾼 지난 1995년부터 매달 마지막 숫자가 4와 9인 날마다 ‘송북장’이라는 이름의 5일장을 열어 손님맞이에 나선다. 당초 송북장이 열리게 된 배경이 판매 품목이 많지 않았던 지난 1990년대에 5일장 기간마다 판매 품목을 늘려 고객 편의를 도모한 것인 만큼, 판매 품목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인회 차원에서 버스킹 공연까지 섭외해 그날 만큼은 볼거리가 많은 시장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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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콘셉트는 ‘1시장 1특색사업’

송탄시장의 고객센터는 현대적이다. 1층에는 카페가 갖춰져 상인, 손님 누구나 방문해 따뜻한 커피와 웹서핑을 즐길 수 있으며, 2층에는 문화센터가 갖춰져 요리교실을 비롯해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시설만 현대적인 게 아니다. 다양한 시설에 이어 시장 콘셉트도 독특하게 정착시켜 나갈 방침이다. 상인회는 얼마 전 ‘1시장 1특색사업’을 시작했다. 송탄시장이 선택한 특색사업은 ‘정육사업’으로 소시지를 만들고 조리하는 법을 시민들에게 체험활동 형식으로 가르쳐 줄 계획이다. 

특히 송탄시장 인근엔 지난 2000년 폐교된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와 진위천 등 야영지가 많아 이를 찾는 도민들이 많다. 상인회는 야영 시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만한 식재료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 정육사업과 야영을 연결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원철재 회장(55ㆍ송탄시장상인회)은 “외적인 현대화 이외에도 내적인 현대화까지 이뤄나가겠다” 면서도 “현대화 과정에서도 시장의 전통 유지 방안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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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철재 송탄시장상인회장

“전통시장·소상공인 상생의 장 최선”

원철재 회장(55)은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제 18대 송탄시장상인회장에 오른데 이어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 평택지회장까지 겸하고 있다. 경기 남부지역에서는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과거 건축 설계 일을 하다 큰 형의 일을 돕기 위해 지난 1996년 평택으로 이사 온 후, 매년 상인회 간부를 맡으며 내실을 다져왔고 상인회장에 오른 이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지난 2013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중 시장 간판을 바꿀 때도 20~30대 느낌이 나는 익살맞은 글자체로 써진 간판을 설치했고, 고객센터 2층에 문화교실을 설치해 송탄시장을 ‘볼 거리가 많은 시장’으로 만들었다. 사업 기간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아 응급실까지 갔던 악몽도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화 사업 이외에도 ‘엮어주기’ 행사를 진행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 간의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송탄시장상인회장과 소상공인연합회 평택지회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그 역할 모두를 충실히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원 회장은 “최근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 모두 어려움에 빠졌는데, 이를 타개해나갈 수 있도록 현대화와 전통유지 모두에 힘쓰겠다” 며 “시장 아케이드 밖에 방치된 상인들도 하루 빨리 시장 안에 유입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이라고 밝혔다. 

권오탁기자 

 

먹거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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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가 함께 지글지글 생선구이 ‘연경식당’

지난해 8월 입점해 생선구이와 갈치조림 등을 선보이는 가게로 다소 경력이 짧아 보이지만 시장 밖에서 근 10년에 가까운 내공을 쌓아온 곳이다. 어머니 김선혜씨(58)가 생선을 조리하고 구우면 딸 남교희씨(34)가 손님들에게 나르는 광경은 시장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제법 익숙하다.

 

인근 지역에 공사가 많은데다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방문하는데, 연경식당의 생선 요리를 한번도 먹지 않은 손님은 있어도 한번 밖에 먹지 않은 손님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력 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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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부부 맛의 노하우 결정체 ‘소문난잔치국수’

남편 김영구씨(70)는 애처가다. 박순자 대표(64)가 홀로 전을 부치고 국수를 차려 손님들에게 나르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가게로 출근했다. 남편의 사랑을 담아 박 대표가 부친 전은 이날 유독 달았다.

 

소문난잔치국수의 전, 국수 메뉴는 3천~4천원 대로 타 식당과 비교해 2~3천 원 가량 싸다. 15년 노하우가 담긴 김치전과 온국수를 동시에 주문해도 8천원이 채 안되는 셈. 박리다매가 ‘사훈’이라는 박 대표는 “전통시장에 이런 곳이 있어야 사람들이 많이 오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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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들 김치찌개 엄치 척! ‘대박식당’

사계절 내내 시장 인근 근로자들이 찾는 집이 있다. ‘대박식당’의 주 메뉴는 여름엔 열무국수, 겨울엔 갈치찜과 김치찌개로 가격대도 6천원이 채 안돼 점심시간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주 메뉴 외에도 두부김치나 계란말이도 소문이 자자해 5명 이상 무리지어 오는 손님들은 기본 메뉴에 계란말이를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박경순 대표(65)는 시장에 들어온 지는 6년이 채 안됐지만, 과거 평택터미널 인근에서 호프집만 10년 이상을 한 ‘베테랑’이다. 손님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과 함께 이날도 점심용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여념이 없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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