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짐수레

우리 사회를 밝히는 작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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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수레

- 김종상

짐수레가 간다

오르막길에.

수레 끄는 아저씨 등이

땀에 흠뻑 젖었다.

가만히 다가가서

수레를 밀었다.

아저씨가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나는 더 힘껏 밀었다.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가는 짐수레를 보자 얼른 다가가서 수레를 밀어주는 아이의 행동을 꾸밈없이 담은 동시다. 오르막길과 땀에 젖은 아저씨의 등, 가만히 다가가서 수레를 밀어주는 아이, 이를 눈치 채고 고맙다는 인사의 표시로 씨익 웃어주는 아저씨의 모습…이 얼마나 정겨운 풍경인가. 이 동시 속의 아이는 깨달았을 것이다. 내 작은 힘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살 만한 것은 이런 ‘작은 것’ 때문이 아닐까. 남의 힘듦을 모른 채 하지 않는 관심,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손을 보태는 따뜻한 정. 힘이란 것도 그렇다. 커다란 힘도 있어야겠지만 작은 힘도 필요한 법. 오히려 큰 힘보다는 여러 개의 작은 힘들이 모여 값진 일을 하는 것을 우린 많이도 봐왔다. 그것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 꽃처럼 아름답다는 것을. 시인은 이 동시를 1967년에 썼다고 했다. 60년대라면 누구 할 것 없이 사는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 그러나 인심 하나만은 넉넉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울타리 사이로 뻔질나게 드나들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고, 대문조차 활짝 열어놓고 지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늘따라 이 동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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