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가치 높은데… 방구석 방치된 ‘백년 보이차’

양주 석굴암 주지 도일스님 관리 전시할 곳 없어 고민
市는 “지원 명분없다” 난색

▲ 도일스님이 양주 석굴암에서 최상급 품질의 보이차 잎을 압축해 만든 ‘백년 보이차’ 조형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기자
▲ 도일스님이 양주 석굴암에서 최상급 품질의 보이차 잎을 압축해 만든 ‘백년 보이차’ 조형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기자
“100년의 문화적 가치를 지닌 조형물인데 이렇게 방 한구석에 방치돼 있으니 아쉬울 뿐입니다”

 

11일 방문한 양주 석굴암 주지 도일 스님 거처에는 지난해 중국 차 대가로 유명한 명각스님에게 선물 받은 ‘백년 보이차’ 조형 작품이 방 한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작품은 세로 1m, 가로 1m80㎝로, 수억 개의 최상급 품질의 보이차 잎을 압축해 만들어 무게만 150㎏가 넘는다.

 

보이차 조형 작품 전면에는 소나무 위에 학 두 마리가 날갯짓을 하고 있고, 그 뒤에는 신선들이 나올 법한 신비한 산 형상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이 조형 작품은 보이차 특유의 은은한 갈색 빛이 세월의 흐름을 보여줬다.

 

양주 석굴암 주지 도일 스님은 이 작품이 무려 100년 동안 썩지 않게끔 제작돼 100년 동안 보이차의 향을 깊게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100년이 지난 후엔 조형물 일부를 잘라 숙성된 찻잎으로 보이차를 우려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의 현재 감정가는 2억 원가량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작품을 마땅히 관리ㆍ유지하며 전시할 곳이 없어 도일 스님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보이차의 특성상 작품은 공기가 습하면 쉽게 곰팡이가 슬고 추위에 약해 손상되는 등 빠르게 부식해 버린다. 이 때문에 각 계절에 맞게 사람이 사는 온도, 환경에서 관리해야 유지할 수 있지만 양주 석굴암에는 이러한 전시 공간이 없는 실정이다. 또 양주시는 이 작품에 대한 지원 명분이 없다며 지원에 난색을 보인 상황이다.

 

도일 스님은 “양주 석굴암에 100년의 가치를 지닌 작품을 전시해두면 탐방객, 신자들이 문화적 향유를 공유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며 “적어도 이 작품을 걸어두고 함께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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