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안 채택은 사회의 각계각층 원로들이 나서서 정파의 이익을 위한 정쟁을 즉각 중단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뒤 얼마 안 돼서 이루어졌다. 원로들의 선언문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는 것은 또 다른 기적이다. 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에 이어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4대 국제 스포츠 대회를 모두 개최한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분단국가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은 전 세계의 평화와 더 나은 세상을 앞당길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러한 기적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다. 또한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회와 다짐을 정파적 이해에 따른 적대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모두 꿈이었다. 잠 속에 존재했던 꿈인지, 깨어있는 상태에서 꾼 꿈인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짧은 순간 동안 벅찬 꿈이었고, 나의 무의식적 소망이 과감한 상상력을 시도하게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분리되어 허망하게 흩어져버렸다.
세 번의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사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순조로웠다면 김연아 신드롬을 일으켰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2010년 평창올림픽’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는 평창이 1위를 했지만, 2차 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3표차의 역전을 허용하며 동계 올림픽 평창 유지에 실패했다. 그리고 평창이 밴쿠버에게 역전을 허용했던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었던 것은 일부 IOC 위원들이 제기했던 “평양(Pyeongyang)인지 평창(Pyeongchang)인지 구별이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2014 동계올림픽이 러시아 소치에게 넘어갔던 이유 중에 하나도 러시아가 지정학적 대북리스크를 교묘하게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극복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체제를 해소하며 전 국민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중대한 함의를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2011년 7월6일,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을 호명했을 때 기쁨의 환호도 있었지만 회환의 눈물도 많았다. 2018 평창은 처음 도전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일궈 낸 끈질긴 도전의 결실이었다. 국민통합의 상징과 같은 사건이기에 더반(Durban)의 기적이라 부르지 않았던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도전이 시작됐고, 2번의 실패 끝에 이명박 정부에서 열매를 맺었다.
박근혜 정부의 올림픽 준비과정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오랫동안 노력해온 결실을 거둘 날을 앞두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스포츠 이상의 꿈과 희망이 담겨있다. 정치권은 대회 기간 중에 일체의 정쟁행위를 중단하고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 건설을 위해 솔선수범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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