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장 추운 매서운 한파가 시작된 지난 23일, 안산시민시장 인근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시장 내부에는 여전히 칼국수, 신발, 고등어찜 가게 등이 손님맞이에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해 추위가 무색해졌다.
태생은 포장마차 골목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전통시장으로 거듭난 안산시민시장에서 상인들은 안산시 유일한 전통시장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 포장마차, 전통풍물시장, 그리고 안산시민시장
안산시민시장이 자리한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은 원래 포장마차가 즐비한 골목으로 시장보다는 먹자골목에 가까웠다. 그러던 중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로 노점상을 줄이고자 임시시장을 설치한 게 안산시민시장의 시초다.
1988년부터 1997년 여름까지 ‘전통풍물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명맥을 유지해 오던 중, 지난 1997년8월 14일 시와의 협의를 통해 안산시민시장으로 거듭나 현재 모습에 이르게 됐다.
현재 안산시민시장의 규모는 410개 점포에 228명의 소상공인이 면적 1만 5천132㎡(약 4천557평)에 들어서 있다. 이들 점포는 의류, 음식, 농축수산물, 잡화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3개 동 4개 블록으로 구성돼 총 12개 동이 들어섰다.
1동부터 3동까지 의류점, 4동부터 6동까지 식당가, 7동부터 9동까지 잡화점, 10동부터 12동까지 농축수산물점이 들어서 가지런히 정돈된 느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통시장의 최대 난제 중 하나였던 주차장 문제도 해결했다. 주차장 면적은 7천892㎡(약 2천377평)으로 약 280대가 들어설 수 있어,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안산시민시장이 자랑하는 5일장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현대화가 화두이지만, 시장의 콘셉트는 ‘민속시장’이어야 한다는 게 시장상인회의 의견이다. 5일장은 매달 5, 10, 15, 20, 25, 30일에 열리며 이 날엔 시장 모든 상인들이 기존보다 더 많은 품목의 상품을 내놓아 종종 민속 공연도 열린다.
하용주 안산시민시장 상인 회장(58)은 “시대가 지나도 전통시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주 볼거리는 토속적인 요소여야 한다”며 “5일장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시민들이 전통시장에 관심을 기울일만한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 지속적으로 논의 중인 ‘전통시장의 현대화’
주차장 설치 및 점포 분류 등으로 계속해서 현대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 아케이드는 미설치 상태다. 주변 환경도 녹록지 않다.
인근 푸르지오와 롯데캐슬 등 총 아파트 4개 단지에서 재건축에 들어가 인근 입주민들이 감소한데다, 미관 및 교통환경 면에서도 시민들을 매혹할만한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산시민시장 상인회는 이런 악재를 기회로 바꿔, 전통시장의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고심하겠다는 복안이다.
인근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은 주변 환경 개선으로 연결돼 기회가 될 수 있고, 시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시와 시장은 부지 주인과 입주자의 관계다. 시에서는 도시 공단에 외주를 맡겨 시장 위생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하 회장은 지속적으로 아케이드 설치 및 기타 현대화 방안에 대해 시와 논의 중이다.
현재 주차장 문제와 위생 문제는 해결된 상태다. 특히 위생은 24시간 내내 시장 관리사무소에서 관리에 들어가 화장실, 길거리, 주차장 부지의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하 회장은 “인근 아파트 단지 재건축을 악재가 아닌 기회로 삼아 발전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며 “상인과 시, 인근 주민들 간의 상생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권오탁기자
[인터뷰] 하용주 안산시민시장 상인회장
“시장상인회 활동 30년… 그동안 경험·화합 위기탈출 원동력”
“전통시장에 위기가 없었던 적이 있나요? 현대화와 토속 분위기 유지의 조화에 신경을 써 시장 발전에 이바지 하겠습니다.”
하용주 안산시민시장 상인회장은 시장상인회 경험만 30년에 이른다. 30여 년 전 안산시가 생겨날 무렵 서울 용산시장과 가락시장을 거쳐 안산시민시장에 정착해 현재까지 ‘안산시 토박이’로 살아가고 있다.
본업인 장사만큼이나 봉사를 좋아한 하 회장은 시 자율방범대 중앙지대장을 비롯해 시 자원봉사센터 할인가맹협의회장 등을 맡은 바 있으며, 지난 1997년 시민시장이 본격적으로 출범하던 당시 시장상인회 1대 기획홍보팀장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안산시민시장 상인회 5대 회장에 올라 부임한 지 3달이 채 안 됐지만, 상권 및 전통시장으로서의 콘셉트 분석 등에 힘쓰고 있다.
시민들을 전통시장에 끌어들이려면 단순히 품목의 종류나 음식의 맛보다는 상권 분석을 통해 점포배치ㆍ동선을 효율적으로 구축해야 고객 편의를 잡아 유입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게 하 회장의 지론이다. 아케이드 설치에 대해서도 시와 의견을 교환 중이나, 시에서는 현재 시장의 구조에선 아케이드 설치가 힘들어 주상복합으로의 변경을 권고해 지속적인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이어 안산우체국ㆍ한국가스공사ㆍ근로복지공단 등 약 20여 개 기관ㆍ단체와 MOU 협약을 맺어 고객 끌어 모으기에도 소홀하지 않고 있다. 시장 발전에 몰두하다 보니, 본업인 신발가게 및 용달업체 운영은 이미 뒷전이다. 봉사와 사람이 좋아서 시작하게 된 상인회 일은 벌써 30년에 이르렀다. 하 회장은 시장 발전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화합’ 이라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시장 발전에 있어서 재건축, 현대화 등에 앞서 화합이 전제돼야 한다”며 “발전에 대한 시장과 상인들의 시선이 일치한다면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권오탁기자
먹거리를 찾아라
수십 년 내공… ‘맛’에 반하다
■ 국수만 21년째 ‘전라국수집’… 단돈 5천원이면 허기가 싹~
안산시민시장 내부 사거리에 있는 ‘전라국수집’의 역사는 유현남 대표(65)가 지난 1997년 안산시민시장에 입주하면서 시작됐다. 애초 포장마차 거리에서 분식을 팔았지만, 시장 입점 후 본격적인 먹거리 메뉴 개발에 착수, 칼국수ㆍ열무국수ㆍ열무냉면 개발로 시장 정착에 성공했다.
5일장이면 딸들이 돌아가면서 일을 도와줘야 할 정도로 시장을 넘어서 시의 명소로 거듭났다. 직접 손으로 빚은 면발과 ‘며느리도 제조법을 모르는’ 자체 개발 육수로 역사를 이어나가는 전라국수집은 자부심과 실력을 안고 시장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 만두명가 ‘초지냉면초지만두’… 공단 근로자들 문전성시
이흥수 대표(69)와 아내 김순희씨(65)가 만드는 만두는 이미 안산시민시장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경쟁 만두집들이 이사, 업종 전환으로 사라져감에도 지난 1997년 시장 개설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터줏대감이다.
만두뿐만 아니라 냉면과 칼국수도 주 메뉴로 자리 잡아 맛과 궁합 모두를 사로잡았고, 공단이 많은 시 특성상 근로자들의 친구로 눈도장을 찍었다.
■ 장날 필수 코스 ‘완도수산회’… 회무침·매운탕 유명세
오분둘 대표(56)가 내놓은 회무침은 맵다는 느낌보다는 담백함과 회의 두툼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명품 요리였다. 애초 와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면서 시장 입주 전부터 시와의 인연을 맺어왔고, 약 10여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시장에 입주했다.
회무침과 매운탕이 주 메뉴로 겨울철에도 찬 메뉴와 따뜻한 메뉴 모두 자리해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단순 술자리 안줏거리를 넘어서 하나의 명품 먹을거리로 자리 잡아 5일장이 되면 추운 날씨에도 야외 테이블에서 매운탕을 먹는 손님들이 넘쳐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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