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중국 산동성과 가까운 곳이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다. 여기에서 중국 산동반도까지는 268km, 우리나라 태안반도까지는 55km, 배로 2시간 거리다.
이름이 ‘격렬비열도’인 것은 멀리서 보면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양 같다고 붙여진 것.
또 다른 이름은 ‘서해의 독도’다. 독도가 일본을 향해 서있는 동해 최후의 영토이듯 격렬비열도는 중국을 향해 서 있는 서해의 마지막 영토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
그래서 2년 전 8ㆍ15광복절을 맞아 충남의 태안군수와 ‘독도사랑 운동본부’ 회원 20여 명이 격렬비열도의 돌을 들고 독도를 향해 자전거 국토대장정 행사를 벌였다. 그리고 마지막 날 ‘서해의 독도’라는 격렬비열도에서 가져온 돌을 울릉군수에 전달, 독도에 세우며 조국 영토수호의 의지를 다짐했었다.
최근 들어 이처럼 무인도에 불과한 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국 때문이다.
3년 전, 중국은 격렬비열도 섬 3개 중 중국쪽 끝에 있는 섬을 매입하려고 브로커를 통해 공작을 벌인 것이다.
잠실운동장의 반도 안되는 섬을 몇 십억까지 오고 가다 16억에 흥정이 되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측 섬 주인이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 3개의 섬으로 된 격렬비열도는 1개만 국유재산이고 나머지 2개 섬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매매가 가능했던 것.
그러면 중국은 이 작은 섬에 왜 욕심을 냈을까. 그 해답은 지금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70% 상당이 격렬비열도 인근해역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밤이면 인근해역의 고깃배들이 켜놓은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룰 만큼 우럭, 꽃게, 민어, 병어 등이 많이 잡히고 있어 ‘물고기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그러니까 중국이 이 섬을 하나라도 매입하게 되면 이 구역을 ‘분쟁지역’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제2의 독도화로 만들 속셈인 것이다.
우리 정부는 뒤늦게나마 이 섬들을 ‘외국인토지법에 따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을 해서 중국의 매입을 사전에 봉쇄해 놓은 상태이지만 한국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양식장을 하겠다는 등 꼼수를 써 매입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 수산 소비국인 중국은 지금 우리 서해에 대해 욕심을 날로 키워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것은 우리 정부가 사유지로 되어 있는 격렬비열도를 완전히 매입하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정부에서 매입을 위한 감정을 하는 듯 의지를 보이기도 했으나 아직 결론을 못 내린 상태.
정말 중국의 불법어로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그 양상도 점차 난폭해지는 만큼 격렬비열도의 영토적 중요성과 함께 보안시설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불법어선은 이제 규모면에서 몇 십 척으로 선단을 형성하고 있는 추세이며, ‘들키면 도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한국 해경과 부딪히며 싸운다는 자세로 나오기 때문에 더욱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16년 10월에 있었던 우리 해경 고속단정 2척을 침몰시킨 사건이다. 그만큼 중국 불법어선단은 40여 척이나 새까맣게 몰려와 우리 해경을 포위하고 쇠 파이프 등으로 마구 덤벼들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우리 어부들이 잡은 고기까지도 강탈해 가는 현실이니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 산동반도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격렬비열도. 우리 ‘서해의 독도’에 대한 소중함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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