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젊은 아티스트 키우고… 경기문화가치 창출 세계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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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은 지난 2014년 9월 취임 당시 경기도 공연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는 북부 지역 등 문화 취약 지역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펼쳤으며, 또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성시연 지휘자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단장으로 선임했다. 

이밖에 리카르도 무티 등 세계적 지휘자들을 경기도 무대에 올리며 도 공연의 품격과 질을 올리는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갔다. 이처럼 정 사장은 외부적으로는 경기도를 세계에 알리고 내부적으로는 도 31개 시ㆍ군과 공연으로 협력하는 데에 큰 의미를 뒀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경기도의 위상을 알리고 또 이를 통해 경기도민의 경기도 정체성을 고취시키는 데에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 같은 목적 하나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Q 지난 한해 어땠나.

A 나름대로 성과를 냈던 한해였다. 우선 세계적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전당을 찾았다. 무티 지휘자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올 사람이 아니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와 전당에서도 좋은 경험을 한 셈이다. 무티같은 세계적 지휘자가 많이 찾아와야 한국 예술인들이 성공하는데 큰 힘이 된다. 또 공공기관으로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역할도 했으며 또 후배 예술인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됐을거라 생각한다. 

또 경기실내악 축제를 3년가량 진행했다. 실내악이라는 특정 장르를 경기도에 소개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성남, 용인, 안양, 의정부 등 기초자치단체 공연장들과 최초로 공동주체를 한 사업이다. 예컨대 똑같은 공연을 할 때 우리(전당)도 부르고, 성남도 부르면 낭비적이다. 또 기초자치단체에서 비용적인 면에서 할 수 없는 공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우리 전당과 함께 협업해 더 좋은 무대를 경기도민에게 선사했다. 서로 경쟁상대가 아닌 하나의 큰 시장으로 뭉쳐 큰 시너지를 낸 셈이다.

 

Q 지난해 경기필 예술단장 성시연 지휘자가 임기를 끝마쳤다. 향후 경기필 방향은.

A 세계무대에서 활동한 성시연 지휘자와 4년 동안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가 윈-윈한 것 같다. 성 지휘자가 합류하면서 경기필의 존재감을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그리고 세계에 알렸다. 그렇기에 성 지휘자가 떠나게 된 게 매우 아쉽지만 젊은 나이에 세계 진출에 도전하는 것도 의미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새로운 지휘자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당장 급하게 모셔오진 않을 계획이다. 지금 경기필은 4년정도 성시연 지휘자의 지휘 하에 있었기에 그 분위기, 스타일에 많이 젖어있다. 가장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그때그때 어느 누가 와도 그 지휘자의 색깔로 확 바뀌어야 한다. 2018년도는 객원 지휘자들을 많이 모셔 그런 트레이닝을 하는 해가 될 것 같다.

 

Q 경기도민 정체성 고취를 위해 전당도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했는데.

A 사실 많은 경기도민들이 서울에서 일을 하고, 또 서울에서 공연을 많이 본다. 베드타운(bed town)은 경기도의 현실인 셈이다. 우리 전당에서 최근 2년동안 무티와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가 왔을 때 서울에서 오히려 공연을 많이 보러 왔다. 

경기도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해 전당이 특별한 행사, 서울에서 하지 않는 기획공연을 많이 했다. 특히 영(young) 아티스트를 키우는 것도 서울에서 하지 않는, 공공기관인 경기도문화의전당이 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또 연주자였기 때문에 절실히 더 아는 건데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무대에 서는 기회가 매우 드물다.

반면 외국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기차 타고 조금만 도시로 들어가면 콘서트홀(클래식 전용공연장)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자비로 해야한다. 자연스레 무대경험이 외국 학생들과 차이날 수 밖에 없다. 

국제 콩쿨을 예로 들면, 외국 학생들은 무대 경험이 많아 익숙한 마음으로 연주를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이런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더 떨고 긴장하기 마련이다. 전적으로 한국 학생들이 불리한 환경이다. 이런 면에서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연주를 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영아티스트 오디션을 하고 있다. 

오디션 통해 실력 있는 영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1년 동안 독주회를 시켜주고 또 경기필과 협연 기회도 마련한다. 찾아가는 문화공연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31개 시ㆍ군에 가 무대 경험도 쌓고 있다. 3년째 하는 중이며 현재까지 3기다. 1기는 박진형, 김준호 학생이 프라하 스프링 국제콩쿨에서 1등과 2등을 차지하는 등 큰 성과를 봤다. 뛰어난 아이들을 뽑아서 무대경험 트레이닝을 시키면 이런 좋은 결과를 안게 돼 있다. 영아티스트 발굴은 우리 공공기관, 문화의전당이 꾸준히 해야할 임무라고 생각한다.

 

Q 경기도내 클래식 등 전용공연장이 부족해 공연 퀄리티가 종종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경기도 공연장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하나.

A 기본적으로 무용, 클래식 등을 전용으로 할 수 있는 공연장이 많이 생겨나는 게 좋다. 도를 예로 들자면 부천은 현재 클래식전용극장이 만드려는 큰 움직임이 있다.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대의 오케스트라들은 각자 자기의 홈 공연장이 있다. 

전용홀에서 연주하고 연습하면 아무래도 좋아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전용공연장에서 더 좋은 소리를 들으며 성장하고 있다. 예술단마다 전용공연장 홈이 있으면 더 발전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경기필도 전용공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Q 전당의 큰 변화를 꼽는다면.

A 대표적으로 오랜 숙원 중 하나였던 공연장 피아노를 교체했다. 기존 피아노는 1992년 개관 당시 구입한 피아노를 사용해 아무리 훌륭한 연주자가 오더라도 악기의 한계로 어려움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독일까지 직접가서 임동혁 피아니스트와 함께 피아노를 골랐다. 현재 전당에는 명기인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 두 대가 새롭게 설치됐다. 

이후 ‘수퍼피아니스트 시리즈’를 기획해 임동혁 피아니스트가 첫 연주를 했다. 이어 반 클라이번 콩쿨에서 우승한 선우예권 리사이틀 공연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당타이손, 김정원 등 피아니스트들이 전당기획공연에 함께 했다. 공연자들이 두 대의 피아노 중 어떤 악기를 고르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다. 최상의 피아노가 갖춰진 만큼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모시는 데에 더 자신감이 생겼다.

 

또 문화복지 프로그램 예산을 대폭 늘렸다. 경기도내 31개 시ㆍ군을 돌아다니며 찾아가는 공연을 펼치는 ‘경기문화나눔31’은 1년에 100회 이상 공연을 하고 있다. 이에 도내 공공기관 및 기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힐링 기회를 만드는 감성나눔사업 ‘컬쳐 테라피 콘서트’도 약 20여 가량 공연하며 좋은 호응을 얻었다.

 

Q 임기가 9개월 가량 남았다. 앞으로 전당 어떻게 이끌어나갈 건가.

A 지난 3년동안 정말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재밌었고 또 열심히 했다. 남은 임기도 지금까지 해온 것 연장으로 하면 될 것 같다. 반면 운영에 어려운 점도 있었다. 다른 예술기관에 비해 시설 면에서 노후화되기도 했고 전당이 공원부지라 편의시설이 들어올 수 없는 환경이다. 

노후화된 시설은 올해 진행되는 시설개선사업으로 보충한다. 시설의 전면적인 수리는 아니지만 오래된 설비를 교체하고 개선을 위주로한 안전공사가 중심이다. 공사 기간 동안 극장의 오래된 설비와 배관을 바꾸고 객석 의자를 교체해 관람 환경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또 다른 전당의 문제점은 편의 시설이다. 현재 전당에는 관객들이 와서 편히 놀고 쉬는 식당, 큰 카페, 시설 등이 없는 실정이다. 공연만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식사, 공연, 대화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공간 조성을 못한 게 아쉬웠다. 올해는 이를 위해 전당 앞에 푸드트럭을 3대와 테이블, 벤치 등을 놓고 관객들이 찾아와 쉴 수 있는 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재훈 사장은…

△ 1968년생 4월생

△ 미국 줄리어드 음악대학(학사), 예일대학교 대학원(석사) 바이올린 전공 

△ (주)티오에스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주)극동유화 감사, ㈔싱크탱크미래지 사업총괄이사 역임

△ 수원대학교 겸임교수 

허정민기자 /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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