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출발선… 京畿 정체성 갖고 큰 그림 그려야”
주변 타 도시와 지속가능한 경제·문화발전 이끌고
DMZ 품은 경기북부 ‘통일전초기지’ 적극 활용을
-수도와 경기의 관계는 어떻게 이어져 왔으며 이로 인한 경기의 특성은 어떠한가.
경기라는 말 자체가 수도를 둘러싸고 있는 땅이다. 근대 이전까지 경기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수도에 종속된 존재였다. 수도의 성격이 경기의 성격과 운명을 좌우했다. 근대 이후 경기는 수도에 종속된 게 아니라 독립적 존재로서 자기 위상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 수도와 인접한 지역 강점은 이용하되, 수도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경기의 근대사는 어떤 특징과 의미가 있는가.
근대 이전은 개성, 근대 도시는 인천, 수원이 중요했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로 왕조가 바뀌며 그 위상이 달라졌다. 인천은 경기도에서 나갔지만 전형적으로 서울의 영향권에서 성장한 도시다. 그에 비해 수원 자기 정체성이 뚜렷했다. 정조 시대 이후 서울을 방어하는 중요한 거점도시였다.
농업의 메카라는 특징도 있다. 2000년대 들어 농업진흥청과 서울 농생대가 이전해 수원이 농업 메카로서 위상을 잃어버린 게 안타깝다. 세계유산급인 관개시설 충만재, 만석거가 있는데 현재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옛날 이야기가 돼 버렸다. 옛것을 가지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에 와 신도시가 조성되며 경기도의 모습도 크게 변화했다.
경기가 아직 서울에 의존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서울이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가 경기도에 영향을 미친다. 도 정책이 서울에 영향 미치는 것은 제한적이다. 경기도가 독립성을 유지하며 어떤 정체성을 만들어가느냐가 21세기 경기가 당면한 과제다. 분당이나 판교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을 경기도민이라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그 사람들 탓으로 해야할지 또다른 극복 과제로 생각해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분단은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분단은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줬다. 분단됐을 때 가장 덕을 본 건 경기도 남부다. 분단이 안 됐으면 개성과 북쪽으로 이어지는 땅이 발전했을 거다. 어떻게 보면 북부가 분단 때문에 피해를 봤다. 통일이 되면 북부가 그동안의 불이익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남쪽 경제구조가 힘을 쓸 것으로 예상한다. 그 부분이 북부에 어떤 영향 끼칠지가 변수다.
-경기 새천년, 통일 이후 경기도의 미래는.
통일이 언제될지 모른다. 물리적인 변화를 수반하면 오래 걸린다. 서울과 경기도를 관통하는 한강의 변화가 중요하다. 사실 한강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눈꼽만치도 기여한 게 없다. 한강 하구가 DMZ라인에 걸려 있어 물리의 기능이 죽었기 때문이다. 한강변에는 일반 여느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강가 산업시설이 없다. 분단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꼭 통일이 아니라 남북 평화협정만 체결돼도 DMZ는 풀릴 수 있다. 강을 따라 올라오는 인천, 경기, 서울 구간 의 변화가 굉장히 활발해질 수 있다. 도 차원에서 벗어나 큰 틀로 보면 서해바다와 함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물길과 함께 경기도의 통일시대를 생각하면 근사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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