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년특집] 경기천년은 한민족 문화의 뿌리 4차 산업혁명·통일한국 이끈다

경기정명 1천년 道 곳곳서 다양한 사업 경기도 정체성과 정신문화 찾기 박차
성리학·실학 등 지난 천년을 발판삼아 역사·문화 재조명 미래 새 천년 준비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경기정명 천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를 두루 살펴, 경기도민의 정체성과 정신문화를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성리학을 들여온 회헌 안향 선생(사진 왼쪽)부터 경기도의 대표적인 사상가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 오리 이원익 초상. 경기일보 DB
▲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경기정명 천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를 두루 살펴, 경기도민의 정체성과 정신문화를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성리학을 들여온 회헌 안향 선생(사진 왼쪽)부터 경기도의 대표적인 사상가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 오리 이원익 초상. 경기일보 DB
“변화와 모색의 땅, 경기도.”

경기도에 대해 깊히 연구하고 있는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이지훈 센터장이 경기도에 대해 말한 생각이다. 경기도의 정체성을 논함에 있어 이렇게 알맞은 말이 또 있을까. 2018년의 해가 밝았다. 

경기도가 ‘경기’(京畿)라는 이름을 갖게 된지 1천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1018년(고려 현종 9년), 당시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 주변 12개 고을을 묶어 경기라 칭한 것이, 그 시작이다. 특히 올해가 고려 건국 1천100년을 맞은 해라니, 의미가 더 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의 경기도는 인구 1천200만명을 넘어섰고, 대한민국 산업의 25%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남북통일의 전초기지로 우뚝 섰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의 경기도는 새로운 문명을 개척해 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에 발맞춰 질적ㆍ양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도 또한 앞으로의 1천년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기도는 물론 경기도내 곳곳에서 경기 정명 천년을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경기도의 ‘정체성’과 ‘정신문화’를 찾는 일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지나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근현대사를 통과하기까지 경기도는 수 많은 역경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에 자리매김했다. 이 모든 것을 이룩할 수 있던 원동력이 바로 경기도가 가진 정신문화일 것이다. 도덕정치를 강조한 성리학, 청렴과 강직의 실학, 멋과 흥이 어우러진 민속문화까지 어느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다.

 

2018년의 경기도는 새로운 미래를 그려야 한다. 지난 천년을 발판 삼아 앞으로의 천년을 준비해야 한다. 미래의 경기도가 통일한국의 중심지로 우뚝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체성과 정신문화가 필요하다. 이에 본보는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강진갑 경기학회장, 손흥철 안향동방사상연구소장, 안창모 경기대학교 교수에게 경기도의 과거, 문화, 사람, 지리, 교육을 돌아보며 경기도에 필요한 정신문화에 대해 물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려의 정신문화’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경기도가 통일한국의 중심이 되도록 천년대계 준비에 임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면서 “고려의 진취적인 정신, 즉 국제적이고 새로운 문화창조의 정신을 아로새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 관장은 “오늘날 우리를 부르는 말인 코리아아의 어원이 고려인 것처럼, 고려는 당시 국제적인 인지도가 대단히 높은 국가였다”며 “아마도 우리 역사에서 가장 화려한 문화가 만들어진 시기이자, 민족의 창의성이 거침없이 표현됐던 시대”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도에 남아있는 고려의 유적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킬 것을 제안하면서 “단순히 해를 기념하는 것에서 벗어나 경기도의 뿌리인 고려의 유적들에 대한 조사연구가 진작될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경기도만의 사람과 문화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진갑 경기학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문명 전환기와 맞물려 있다는데 의미를 두고 “경기도가 문명 전환 과정에서 선두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도의 문화에 대해 ‘경계의 문화’라고 정의내렸다. 

강 교수는 “‘경계의 문화’는 중심이 지닌 문화적 역량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주변이기에 현실에 만족할 수 없어 끝임없이 변화와 개혁을 추구한다”며 “경기도가 조선사회를 이끌어간 기호 유학의 중심지면서, 근대사회를 준비한 실학과 서학이 발생하고 발전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4차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새로운 문명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전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구조가 변화됐다”면서 “새천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철저한 변화를 통해 문명의 전환을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교육현장도 빠질 수 없다. 교권이 무너졌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할만큼 암담한 상황이다. 2012년 이후 교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 성희롱과 수업방해 등의 사건이 해마다 무려 4천 건 넘게 일어난다는 교육부의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손흥철 안향동방사상연구소장은 “국가와 백성의 안위와 안녕을 위해 학자와 교육자가 갖추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반성하는 해로 삼아야한다”면서 “성리학을 들여온 회헌 안향의 시대정신과 그의 정신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또 “우리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바로 실용정신에 있다”며 “지금은 기술 전문가를 기르기보다는 기술적 전문가를 도덕적 인간으로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더했다.

 

경기도가 통일한국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이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그중에서도 안창모 경기대학교 교수는 “분단 시대를 넘어 통일 시대를 대비해 더 큰 틀에서 미래를 바라봐야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고유한 위상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서울과 경기도를 관통하는 한강의 변화가 중요하다. 통일 이후에는 강을 따라 올라오는 인천, 경기, 서울 구간 의 변화가 굉장히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경기도 차원에서 벗어나 서해바다의 물길과 함께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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