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정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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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구조의 손길이 먼 바다나 오지 산간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도 아닌데 단순한 건물 화재 사고로 무려 29명이나 생명을 잃었다. 특히 우리의 가족과 같은 20명의 여성이 제대로 대피도 못하고 구조의 손길을 느껴보지 못한 채 허망하게 생명을 잃었다. 비상구도 막혀 있고, 출입문도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은 가운데 차오르는 매연 속에서 속절없이 숨을 거두었다.

 

3년 8개월 전 세월호 침몰사고 시 온 국민이 방송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안타까이 사라져간 어린 생명들을 연상케 하는 너무도 참담하고 안타까운 사고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깊이 반성하며 사회 구석구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따져보며 책임도 물어봤다. 하지만 과연 무엇이 얼마큼 변했을까? 이번 제천 화재 참사를 지켜보며 우리에게 변한 것은 거의 없구나 하는 허망함이 든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주변 무인카메라가 잡은 동영상 자료를 보면 우리의 구조대응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핵심을 못 짚는다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당연히 비상구를 찾아야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비상구를 통해서 무사히 대피했다. 한데 정작 소방관은 비상구를 못 찾고 헤매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구조대들은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접근할 수 없어 구조가 늦어졌다 한다. 하지만 다급한 가족들은 불법주차 차량 창문을 부수고 차를 이동시켜 구조대 진입을 가능케 했다. 구조대가 조금 더 일찍 비상구를 찾아 진입했더라면, 그리고 조금 더 일찍 구조 사다리를 설치해 유리 벽이라도 부수고 구해냈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참사의 진실은 당시 영상자료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고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사회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해법을 제대로 찾아냈는가? 다시 말해 화재 시 신속 대피와 구조 통로로 쓰이는 비상구를 제대로 찾아내고 이용하고 있는가? 답은 아닌 듯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외교와 안보, 민생과 안전은 불안하기만 하다. 주변 정세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요인으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시대착오적 독재정권의 수명연장을 위한 북한 김정은 세습 정권의 대륙간탄도미사일개발과 핵무기개발은 동북아정세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김정은 세습 정권의 무모한 도발과 위협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점을 덮어두고 대화하고 교류하자 하니 그들도 우리를 무시하고, 주변국들은 더욱 우리를 무시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외교 안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안보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의 전력에 의존하고 있다. 안보를 위한 고급정보취득은 물론이고, 무기체계 운용과 작전 수행에 있어 주한미군을 배제하고는 모든 것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이상적 상태도 발을 땅에 딛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상이 되기 십상이다. 북한의 실체를 직시하고, 한미안보동맹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화재현장에서 비상구를 먼저 찾아 대응하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청년 일자리부족과 저출산이라는 심각한 현안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의 접근도 화재 시 제대로 된 비상구를 찾는 요령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장 쉽고도 혹하는 방법이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일일 것이다. 공무원 되기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당장은 확실한 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일자리 유지를 위해서는 향후 막대한 국가재원이 소요된다. 누가 부담할 것인가?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들과 민간근로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규제 또한 자연히 늘어 민간 일자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국가의 생산성 저하와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다.

 

진정으로 좋은 청년 일자리는 과감한 규제혁신과 정부 지원으로 기업들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최대한 이용할 때 국가부담도 줄이면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계속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도 막연한 예산증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동수당을 매월 10만 원 준다고 아이를 하나 더 낳을지에 대한 효과는 미지수다. 보육환경 개선을 통해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송석준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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