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1. 37년 역사 빛나는 ‘안양호계종합시장’

점포마다 인정 가득 정말 없는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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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11시께 영하 2도에 바람까지 많이 부는 날씨였지만 안양호계종합시장 아케이드 밑에는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모여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 골목 사이로 연초 제사를 앞두고 주문을 받는 전집 주인, 점심시간에 맞춰 손님들이 오자 신나게 포장에 열중하고 있는 닭강정집 주인, 인근 회사에서 포장 주문이 들어와 호떡을 굽고 있는 호떡집 주인 등은 추위도 잊은 채 연말 분위기를 누리고 있었다. 

 

인근 덕현지구ㆍ호원지구ㆍ호계구사거리지구 등이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직격탄을 맞은 호계종합시장이지만 상인들은 삶의 현장에서 씩씩하게 한파를 이겨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 재개발 바람에도 꿋꿋히 삶의 현장 지키는 상인들
호계종합시장 인근의 덕현지구ㆍ호원지구ㆍ호계구사거리지구 등은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재개발 안건이 논해졌고, 2015년부터 재개발 시행 인가가 났다.

재개발 시행 인가가 나면서 한때 약 150개 점포에 달했던 호계종합시장은 현재 점포 수가 110여 개까지 감소했지만, 37년 역사가 깃들어있는 그 뿌리마저 흔들지는 못하고 있다. 호계종합시장은 지난 1980년에 골목시장으로 태동을 알렸다. 

이전부터 노점상들이 자체적으로 시장가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시장 내에 있는 현대상가 상인들이 상가 밖으로 나오면서 시장으로서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이후 안양중앙시장, 남부시장, 박달시장 등과 함께 안양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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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03년에 공영주차장을 설치한데 이어, 이듬해인 2004년엔 아케이드까지 설치해 현대화된 전통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더불어 지난 2010년 CCTV 설치 및 2011년 공중화장실 시설 사업과 2014년 LED 간판 설치 등 시설 낙후 문제 극복에 나섰다. 그 중 백미는 지난 2008년 호계종합시장이 중소벤처기업청에 정식 전통시장으로 인정되고, 상인회 등록까지 이뤄낸 일이다. 당초 건물주 및 일부 상인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쾌거였다. 

조건주 상인회장(56ㆍ호계종합시장)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당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을 3년에 걸쳐 설득해 얻어낸 결과물이라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며 “시장 역사 37년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 생존전략 ‘올인’… 변화 새바람 ‘현재 진행형’
모든 전통시장 상인들이 불친절하진 않지만 일부 불친절한 상인들 때문에 대다수의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전통시장 상인들은 간혹 불친절하다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호계시장상인회는 분기별로 1번씩, 연 4회 ‘친절의식 개혁교육’을 실시한다. 

 

지난 2010년부터 실시한 이 교육은 상인회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오거나, 자체적으로 커리큘럼을 꾸려 실시하고 있다. 이것도 전통시장을 지켜나가기 위한 하나의 생존전략이라는 것이 호계시장상인회측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세일 및 경품공연행사들을 월 1회씩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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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일의 경우, 지난 5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점포별 행사를 진행해 한 점포당 품목 한 개씩 20~70%가량 세일한다. 새로운 생존전략을 도입했지만, 기존의 강점을 유지하는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 회장은 “우리 시장의 최대 장점은 튀진 않지만 품목이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시장 내 110여 개 점포는 음식점ㆍ농축수산물ㆍ의료 상가 등에 골고루 배치돼 있다. 시장의 특색을 드러낼만한 튀는 품목은 없지만, ‘있는 건 다 있고, 없는 건 없다’ 는 것이 호계시장이 자랑하는 콘셉트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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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건주 호계시장 상인회 회장

“위기를 기회로… 시장 부활·상인피해 최소화 총력”

“저도 한 사람의 호계시장 상인으로서 시장의 가치를 계속해서 지켜나가겠습니다.”

 

지난 1984년 충청북도 괴산에서 안양으로 올라온 이래로 33년째 안양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 회장과 호계시장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경 이래로 금성통신㈜에서 근무했던 조 회장은 지인의 권유로 지난 1991년 호계시장에서 광고 판촉물 회사 ‘우정종합광고’를 개업했고, 1993년부터는 독자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조 회장은 지난 1996년부터 구역위원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장 일에 뛰어들었다. 구역위원을 맡은 이래로 주위 상권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3년부터 호계시장상인회장을 맡게돼 지금에 이르렀다. 매년 들쭉날쭉한 행보를 보였던 호계시장 상인회는 조 회장 부임 이후 공영주차장 설치를 비롯해 아케이드 및 CCTV 등을 설치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전통시장으로 거듭났다. 

조 회장의 주 업적 중 하나로 국제나은병원 및 농어촌공사 등 25개 기관과 맺은 MOU 협약을 들 수 있다. 이들과의 MOU 협약을 통해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었고, 이런 상품권 발행을 통해 시장 내 소비를 증진시켜 상인들과 시민들 간의 거리를 가깝게 할 수 있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인근 지구 재개발 문제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상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기에 조 회장은 계속해서 문제점을 타개하려 노력 중이다. 

조 회장은 “계속해서 시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재개발로 인한 시장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밝혔다. 

권오탁기자

 

[먹거리를 찾아라] 입맛 사로잡은 맛집 여기있네~

전통시장에 도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대형마트나 SSM 등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먹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호계시장의 먹거리라면 길거리 음식도 나름의 기품을 갖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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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가 함께하는 ‘착한 왕만두’… 맛도 가격도 착해요!
호계시장에 발을 들인지 1년 반째가 된 ‘착한 왕만두’의 사장 안혜성씨(41)는 매일매일 그 큰 왕만두를 빚기 바쁘다. 1개에 1천원으로 가성비가 큰 만두를 먹으러 오는 손님들 때문에 매달 1천개 이상 팔리기 때문이다. 안씨만으로 손길이 부족하자 어머니 노순례씨(62)도 손을 보탰다.

 

이들 모녀는 기계 대신 매일매일 집에서 만두속을 만들어와 고객들에게 ‘손맛’을 선사한다. 입소문이 퍼지자 이젠 단골뿐만 아니라 택배로 주문까지 하는 고객들도 생겼다. 맛도 가격도 착한 ‘착한 왕만두’의 겨울은 무척이나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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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값’하는 ‘맛있는 전집’… 술 안주는 물론 제사용 주문까지
가게에서 전을 내놓은지는 100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입소문을 탄 ‘맛있는 전집’의 녹두전은 연말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제사용을 비롯해 술 안주로도 녹두전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 매달 80~90명이 녹두전을 사가거나 주문하고 있다. 한 장에 5천원에 팔면서 옆집보다 약 1천원 더 비싸지만 비슷한 가격이면 고객들은 가격보다 맛을 보기 때문에 맛있는 전집을 찾고 있다. 이럴때면 주인 박선희씨(64)는 무척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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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유명세 ‘호떡’… 모자가 함께 이어온 ‘꿀맛 전통’
한 개에 500원 꼴이지만 없어서 못 먹는 호떡이 있다. 호계종합시장에서 어머니 심규선씨(68)와 아들 심영수씨(41)가 함께 굽는 호떡이다. 매일 70~80개 가량 팔리는데다, 입소문을 타인근 회사에서도 야근 때마다 포장하러 올 정도로 그 유명세가 상당하다.

 

어머니 심씨는 약 40년 전 상경하면서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 간식거리 장사를 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호떡 장사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많이 사가는 고객이 있으면 주문 개수보다 더 많이 호떡을 담아 줄 정도로 훈훈한 인심이 넘치는 이곳에, 심씨 모자가 계속해서 호계시장에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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