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청와대 대처는 성공, 영흥도 구조는 실패

늑장 출동·정보 혼란, 사망률 68%
대통령 뜻 안 통한 현장 구조작전
청와대도 세월호 학습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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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이렇게 밝혔다. ‘대통령이 7시 1분에 1차 보고를 받았다… 9시 25분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직접 찾았다.’ 신속한 보고와 상황 접수를 강조한 발표다.

하지만, 현장은 전혀 신속하지 않았다. 평택 구조대가 12.8㎞ 떨어진 제부도에 있었다. 20분이면 도착할 거린데 1시간 12분 걸렸다. 양식장 건들까 봐 빙 돌아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해경 부두에 있던 2개 구조함은 출동도 못했다. 야간 항해가 가능한 신형이 고장 났다고 했다. 차 타고 50㎞ 도로를 달려 민간 어선 얻어 타고 도착했다. 제일 가까운 곳에 영흥도 해경 파출소가 있다. 여기 있는 고속단정은 다른 배가 출구를 막고 있어 20분간 갇혔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국민이 한치의 의구심이 들지 않게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라.’ 구조 상황 등을 정확하고 정직하게 공개하라는 지시다.

하지만, 해경은 정직하지 않았다. 첫 발표 때는 6시 12분에 사고를 접수했다고 했다. 이후 6시9분으로 바꿨고, 다시 6시 5분으로 수정했다.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묘한 부분이 있다. 구조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통상 30분으로 잡는다. 고속단정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6시 42분이다. 사고 접수를 6시 12분으로 잡으면 정확히 30분이다. 6시 5분이라면 골든 타임을 넘어선다. 의도적으로 역산해서 만든 ‘6시12분’ 아닌가. 의혹이 많다.

대통령은 또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한 명까지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달라.’ 국민 생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당연하면서도 절박한 지시다.

‘말씀’ 자체는 표나게 챙겼다. 공개된 내용인데도 브리핑에서 또 읽었다. ‘대통령께서는 해경 지휘관 중심으로 수색 구조에 전 세력을 동원하여 구조에 만전을 다하고 의식불명자 대상 구호 및 의료조치와 사고자 가족분들에게 즉시 알리고 심리안정 조치 등에 최선을 다하며 마지막 1명까지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리곤 그게 끝이다. 추가 구조자는 없었다. 당시 생존자 7명이 전부였다. 그나마 4명은 명진15호 선원들이 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속했다. 사고 발생 49분만에 첫 보고를 받았다. 두 차례 전화 보고, 한 차례 서면 보고도 받았다. 9시 25분부터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지켰다. 다음날 참모 회의에서의 언급도 적절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이다.’ 많은 이들이 세월호의 ‘박 전 대통령의 7시간’과 비교한다. 어떤 누리꾼은 ‘이것이 나라다’라고 했다. ‘위기 대처가 빛났다’는 평도 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잘한 것인가. 어떤 근거로 매겨진 평가인가. 탑승자 22명 중 15명이 숨졌다. 사망률 68%다. 세월호 탑승자는 476명이었다. 304명이 숨졌다. 사망률 63%다. 세월호 사고를 단군 이래 최악의 참사라고 했다. 그 사망률보다 이번 사고가 더 나쁘다. 신속한 구조? 양식장 때문에 늦고, 고장 나서 늦고, 출구 막혀 늦었다. 정확한 정보 공개? 번복과 오판 발표가 한 두 건이 아니다. 이게 잘한 구조인가. 그럼 세월호도 잘한 건가.

가정(假定)은 위험하다. ‘구명정이 일찍 도착했더라면…’이란 가정이 ‘살 사람들을 죽였다’는 결론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선 안 된다. 있는 그대로 지적해야 한다. 해경은 구조작전에 실패했다. 연습한 대로 하지 못했다. 출동 태세도 부족했다. 정직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이 ‘국가의 무한책임’을 말했다. 그러니 해경이 책임져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부족했다.” 서장(署長)의 반성인데 너무 후한 듯하다. 국민 눈높이가 서장의 생각처럼 후하지 않다.

청와대 역시 국가다. 책임을 느껴야 한다. 대통령 대처는 성공이었다. 영흥도 구조는 실패였다. 대처도 성공하고 구조도 성공했으면 더 좋았다. 급박한 상황이 하나의 선택을 강요한 것이라면, 바뀌는 게 나을 뻔했다. 대처에 실패해도 구조에 성공하는 게 좋을 뻔했다. 참변(慘變)은 또 온다. 아무리 조심해도 온다. 그때가 오기 전에 청와대가 버리고 갈 게 생겼다. 대통령을 생중계해 국민 신뢰를 구하는 모습-세월호가 남긴 학습-,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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