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던 중유럽의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에도 한국 여행객이 급증, 2013년 부임 당시엔 연간 7만 명 정도였는데 2016년 이임할 때는 40만 명이 넘어설 정도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나라 여행에서 무슨 매력을 느끼고 돌아갈까 하고 궁금해서 우리 여행객들에게 묻곤 했다. 그룹투어를 마치고 귀국하려던 어느 여류작가의 이야기가 기억에 선하다. “두브로브니크나 플리트비체 같은 관광명승지도 좋았지만 이 나라 전체가 정말 아름다워요. 잘 보존된 산과 들도 아름답고 그와 어우러진 빨간색 지붕의 크고 작은 마을들이 너무도 예뻐요. 어디를 가나 잘 정돈되어 깨끗하고, 사람들은 인상이 선하고 친절해서 왠지 마음이 편했어요. 이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 반 정도라는 데도, 우리보다 더 세련되고 여유로워 보여요. 다음엔 가족과 함께 다시 오고 싶어요” 이런 소감은 실제 한국여행자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크로아티아 여행담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된다. 필자도 그 나라 근무 중 주말이면 산허리나 계곡이나 바닷가의 크고 작은 마을들을 보러 다니곤 했는데, 귀가할 때는 언제나 마음이 상쾌했다. 그림 같은 자연과 마을 풍경들로 눈과 마음이 넘치게 힐링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귀국하고 나서 틈나는 대로 국내 명소들을 찾았다. 리조트든 산책·등산 코스든 명승지든 여행 목적지에 도착하면 환경이 말끔하게 정리되고 편의시설들도 편리하게 구비돼 있어서, 대체로 만족스럽게 즐기고 편하게 머물 수 있어서 좋았다. 국제적으로도 손색없는 명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도 관광지 개발이나 정비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한 결과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고 가는 길목이다. 산천은 분명 금수강산인데, 거기에 들어선 도시나 마을의 짜임이 경관을 훼손해 조화롭지 못한데다 어지러운 간판과 쓰레기?폐기물 더미가 눈에 거슬린다. 지난 여름폭우 후에 팔당댐을 지나면서 수면을 뒤덮은 엄청난 쓰레기 더미를 보고는 마음마저 심란해지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국내여행을 하고 나서는 크로아티아나 일본 체류 중 지방여행을 할 때 느꼈던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내보다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해외여행이 급증하자 여행수지 악화를 우려해 국내여행 활성화 대책이 여러 가지로 논의되고 있는 듯하다. 신기하고 특이한 관광지 개발, 교통체증과 주차난 해소,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근절 등과 같은 단기 대책들도 중요하지만, 관광명소 단지뿐만이 아니라 국토 전체를 조화롭고 아름답게 다듬는 백년대계도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한다. 또다시 가보고 싶다는 나라들도 사실은 정책과 계획을 통해 오랜 세월을 거쳐 다듬어지면서 관광대국이 됐기 때문이다.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대사 · 순천청암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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