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달아 발생한 인천지역 경찰 초급간부(경위)3명의 극단적인 선택 사연이 비통하다. 경찰의 날(10월21일)을 보낸 지 20일도 안된 11월11일부터 27일까지 17일 사이에 경위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 곁을 떠났다. 자살을 미화하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유능한 인재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세 경위의 비극적인 사연은 경찰 가족들은 물론 우리 모두의 슬픔이 아닐 수 없다.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A경위(57)는 지난해 12월25일 야간근무가 끝나가던 새벽 5시30분께 인천대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발생신고를 접수했다. 그는 사고 수습을 하던 중 2차 교통사고를 당해 불행의 씨가 됐다. 동맥혈관이 파열돼 가슴에 인조혈관을 삽입하고, 무릎 십자인대도 파열돼 병원을 옮겨 다니며 입원과 수술을 반복했다. 그는 이후 휴직원을 내고 치료받던 중 또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고민하다 지난 27일 목매 자살했다.
당초 A경위는 이달 4일 옥조근정훈장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장례식 날 이철성 경찰청장으로부터 훈장을 전달받은 A경위 부인은 남편이 교통사고 수습 중 당한 2차 교통사고 후유증 고통에 시달리다 숨져갔다는 죄책감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A경위 동료 경찰관들도 그의 고통을 절박하게 인식하지 못한 자신들의 처신을 자탄했다.
지난 26일엔 연수경찰서 B경위(53)가 동춘동 청량산에서 목매 숨졌다. 그는 평소 우울증을 앓다가 최근 휴직 중이었다. 앞서 지난 11일 남동경찰서 간석지구대 C경위(49)도 자신이 근무하는 지구대 휴게실에서 자신이 소지한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그가 평소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고, 우울증 치료도 받아왔다고 했다.
A경위의 자살 원인은 교통사고 수습 중 2차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B·C경위의 경우 주위 말을 종합하면 자살 동기가 우울증 때문인 것 같다. 이들의 우울증 원인은 우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과중한 업무에 대해 힘들다는 불만이 섞인 걸로 추정해본다. 이는 비록 어제오늘에 일어난 문제는 아니나 반드시 개선돼야 할 중요 문제다.
어느 직종이나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경찰이 맡은 일에 대한 사명감이나 자부심을 갖지 못한 채 지치고 사기가 떨어져 있을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나 사회 공공의 유지기능은 그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당국은 경찰에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이 자긍심을 갖고 직무에 임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대우를 개선하고 특히 열악한 근무조건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경찰상을 정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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