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평 미군기지 오염치유 책임, 美측에 있다

역시 예상한 대로다. 반환 예정인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매우 심각하다. 환경부가 지난 27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공동 환경평가절차에 따른 두 차례의 현장 조사 결과, 캠프 마켓의 토양과 지하수에서 1급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과 유류·중금속 등이 검출됐다고 밝혀 드러난 거다. 이번 조사는 2015년 7월~2016년 3월과 2016년 6~9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캠프 마켓 반환 예정지 22만8천793㎡에서 이뤄졌다.

현장조사 결과 유류 보관 등 군수물자 보급 기지였던 캠프 마켓의 33개 조사지점에서 모두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이중 7개 지점의 토양 시료가 g당 1천pg-TEQg(1pg·피코그램은 1조분의 1g·TEQ는 독성등가환산농도)를 초과했고, 최고농도는 1만347pg에 달했다. 국내엔 다이옥신 토양 기준이 없지만 일본과 독일 정화필요기준(1천pg)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중금속인 납은 국내 공장지역 기준치인 최대 73배, 구리는 15배 검출됐다. 지하수에선 유류 오염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 농도보다 최고 30배 많이 나왔다.

기지 토양 거의가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중금속 등 물질로 뒤범벅되어 있는 거다. 알려진 대로 다이옥신류는 유기적 오염물질로써 자연분해되기까지 매우 오랜 기간 걸린다. 독성이 강해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생식·면역기관·호르몬 등에도 악영향을 준다. 캠프 마켓기지는 수십만 명이 살고 있는 부평구의 한복판에 위치해 그동안 주민들은 다이옥신 등 맹독성 물질에 노출되어 있었던 거다. 필요에 따라선 기지 주변 주민들의 건강영향에 대한 검진도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캠프 마켓 기지의 이번 오염실태 공개가 한·미 합의에 의한 첫 반환예정 기지 오염실태 공개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시민의 건강과 알권리를 위해 미리 공개해야 할 당연한 조치다. 지금까지 오염실태는 환경부가 반환이 끝난 기지에 한해 공개해왔다. 2016년 12월엔 환경부가 기지 반환 절차의 하나로 환경평가 및 위해성 평가를 하고도 인천시와 부평구에 결과를 알려주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문제는 한·미간의 오랜 쟁점이었다. 2003년 합의한 한·미 행정협정은 공동조사에서 발견된 오염에 대해 미군 측이 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치유에 필요한 오염기준과 정화방식 등에서 양측이 팽팽히 맞서 아직 구체적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하지만 반환될 땅 용도가 공원조성인 만큼, 환경법에 따른 ‘가급’ 수준으로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미측이 치유해야 한다. 사리가 그렇고, 상식 또한 그러하다. 인천시와 부평구 등은 오염치유가 미흡한 땅을 그냥 넘겨받아선 안 된다. 미군 당국은 돈독한 한·미관계를 위해서도 반환할 기지의 원상복구비 부담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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